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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문제를 부르는 사소한 사건들

  • (2017-11-24 10:20)


최근 포항에서 발생한 큰 지진이 있었다. 규모 5.4에 달하는 포항 지진은 큰 재산 피해를 입혔을 뿐만 아니라 최초의 자연재해로 인한 수능 연기, 지진에 대한 불안 등과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이번 지진이 있기 1년 전부터 같은 지점에서 4차례에 걸친 지진이 있었다고 한다. 큰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내진 설계와 같은 방법으로 미리 대비했더라면 지금보다는 더 적은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경미한 사고들이나 징후가 여럿 있다는 ‘하인리히의 법칙’, 그리고 경미한 문제라도 해결하지 않는다면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은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만들어졌다.

티끌이 모이면 태산이 된다
“큰 실수는 굵은 밧줄처럼 여러 겹의 섬유로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다. <레 미제라블>에서 자베르가 장발장을 놓진 이유가 자베르의 작은 실수들이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문장이었다. 그러나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경미한 사고들이나 징후가 여럿 있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이 세간에 등장하면서 이를 잘 나타내는 말로 인용되기도 한다.
 

1:29:300 법칙이라고도 불리는 하인리히 법칙은 1건의 큰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 경미한 사고가 29번 있었고 사소한 사고가 300번 일어났다는 통계를 통해 발견된 법칙이다. 이 법칙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사람은 미국 트래블러스 보험사(Travelers Insurance Company)의 직원이었던 하버트 윌리엄 하인리히(Herbert William Heinrich)였다. 그는 엔지니어링 및 손실통제 부서에서 근무해 수많은 사고 통계를 접해야 했다. 그는 실제 발생된 사고 분석을 통해 이 법칙을 발견해 <산업재해 예방 : 과학적 접근 Industrial Accident Prevention : A Scientific Approach>이라는 책을 펴냈다.


하인리히는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 여러 사건이 도미노처럼 순차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앞서 벌어진 사건을 잘 대처하면 재앙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인리히 법칙은 단순히 산업현장에서의 사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난, 사회•경제적 위기나 실패에도 적용되어 확장해석 되고 있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역시 하인리히 법칙을 확인 할 수 있다. 삼풍백화점이 들어설 때부터 문제가 여럿 있었다. 삼풍백화점 건물이 애초에 부지 용도를 무시하고 지어진데다 설계도와는 다르게 건축주 이준 회장의 무리한 요구로 안전성을 무시하고 기둥을 몇 개 없애거나 기둥의 지름을 깎는 등 부실시공까지 겹쳤다. 이후에도 무리한 확장공사가 수시로 있었고 벽과 천장에 금이 가는 등 붕괴 조짐이 수개월 전부터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추기에 급급했다. 사고 발생 당일에도 5층 천장이 내려앉기 시작했지만 영업을 중단하지 않았다. 결국 건물은 무너졌고 500여 명의 사망자와 약 900명의 부상자를 내는 사고로 번졌다.


▷ 삼풍백화점 붕과 사고


3년 전 세월호 참사도 침몰 이전부터 무리한 선박 개조를 거듭한 데다 일본에서는 운항이 금지된 노후선박을 수입해 운항했다는 문제가 있었다. 또 항해 당일 역시 무리한 화물 적재, 안개로 인해 출항시간이 늦어져 무리한 과속으로 일정을 맞추려한 점, 급격한 선회, 미온적인 초기 구조와 잘못된 대피 지시 등은 결국 전체 승객 476명 중 304명이 죽거나 실종된 대형사고를 일으켰다.


하인리히 법칙을 숙지하고 안전에 심혈을 기울여 문제를 피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듀폰(Du pont)이다. 듀폰은 안전을 위해 세부적인 대응 매뉴얼을 준비해 위기 상황의 정의, 대응팀의 구성, 행동 수칙, 연락 체계 등을 확실히 하고 있다. 이를 듀폰의 STOP(행동 중심 안전 관리)이라고 부르며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이를 정착 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듀폰은 이러한 저력으로 나일론, 프라이팬 코팅재료, 건축현장에서 접하기 쉬운 타이벡 섬유 등을 만들어냈다.

▷ 듀폰(Du pont) 사


사소한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James Q. Wilson)과 조지 켈링(George L. Kelling)이 1982년 공동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아주 사소해 보일지라도 문제를 방치하면 그를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된다는 이론이다.
 

스탠포드 감옥 실험으로 유명한 필립 짐바르도(Phillip G. Zimbardo) 사회심리학 교수의 현장 연구가 깨진 유리창 이론의 단적인 예를 보여준다. 치안이 허술한 골목에 같은 차 2대를 1대는 보닛만 열어놓은 채로, 다른 1대는 보닛을 열고 창문을 조금 깬 채로 1주일간 방치했을 때, 보닛만 열린 차는 아무런 일도 없었지만 유리창이 깨진 차는 10분 만에 배터리가 없어지고 곧바로 타이어도 없어진데다 계속 낙서나 파괴가 일어나 1주 후에는 완전히 고철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 조지 켈링(George L. Kelling)
▷ 제임스 윌슨(James Q. Wilson)


1980년대 뉴욕에서는 연간 60만 건 이상의 중범죄가 발생하는 치안이 좋지 못한 도시였다. 치안 문제를 해결하고자 당시 럿거스 대학의 범죄심리학 박사였던 조지 L. 켈링(George L. Kelling)교수는 ‘깨진 유리창’ 법칙에 근거해서 뉴욕시의 지하철 흉악 범죄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낙서를 철저하게 지우는 것을 제안했다. 그가 이러한 제안을 한 것은 낙서가 방치되어있는 것이 창문이 깨져있는 차와 같은 상태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지하철 차량 기지에 교통국의 직원이 투입되어 무려 6,000대에 달하는 차량의 낙서를 지우는 작업이 수행되었고, 프로젝트를 개시한 지 5년이나 지난 뒤에야 모든 낙서를 지울 수 있었다.


그 결과로 지하철에서의 흉악 범죄 발생률이 완만하게 낮아지더니 2년 후부터는 중범죄 건수가 감소하기 시작해, 1994년에는 흉악범죄율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이후 1994년 뉴욕 시장에 취임한 루돌프 줄리아니(Rudolf Giuliani) 시장은 이 프로젝트를 뉴욕 경찰 전체에 도입해 낙서를 지우고, 무단횡단이나 쓰레기 투기 등을 단속해 범죄 발생 건수를 줄일 수 있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의 또 다른 예는 길거리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지하철 환풍구에 빈 커피 컵이 놓여있으면 그 자리에 다른 쓰레기를 버리는데 거리낌이 많이 줄어들고 행인들이 너나할 것 없이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많다.


조직이나 소속한 집단 내에서 사소한 문제를 묵과하고 넘어간다면 같은 일이 계속해서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걷잡을 수 없이 문제가 커지기 전에 이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의 작은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하는 것이 미래의 큰 사고나 사건을 예방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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