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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해야 적당하다 (2017-11-03 10:11)

술은 세속을 잊게 하여 잠시나마 고단한 마음을 덜어주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음주율이 꽤나 높은 편이다. 많은 사람들이 많은 양의 술을 자주 마시고 있다는 것이다.

어쩔 땐 술은 기분을 좋게 하고, 분위기도 고조시켜주지만 그것은 한낱 찰나의 순간에 불과하고, 오히려 취기는 오르면 오를수록 사람을 교만하게 하고 거짓되게 만든다. 오죽하면 술 먹을 때는 형이니 동생이니 하는 친구가 수천 명이나 있지만, 급하고 어려울 때 막상 나를 도와줄 친구는 한 사람도 없다고 하겠는가. 

결국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마시는 술로 인해 벌어지는 비극적인 일을 마주할 때는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술 때문에 아주 짧은 순간에 일어나는 일이지만, 때론 영원히 기억될 수 있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코스타리카에서 하프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던 베네수엘라 선수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는 소식이 현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 보도에 의하면 베네수엘라 출신 데이비드 야녜스 파체코(35) 선수가 대회 완주 거리인 21㎞ 중 15㎞ 지점에 도달했을 때 음주운전 차량에 치였다.

야녜스를 친 가해 운전자는 신호를 기다리던 여러 대의 차량을 추월하려다가 대회 주행 코스 주변에 경찰이 쳐놓은 저지선을 뚫고 야녜스를 향해 돌진했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야녜스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병원에 도착한 직후 목숨을 잃었다. 인면수심의 가해 운전자는 사고를 내고 수백 미터를 달아났으나 추격에 나선 경찰에 붙잡혔다.

야녜스는 극심한 경제난에 허덕이는 베네수엘라를 떠나 더 나은 상황 속에서 운동을 하기위해 4개월간 코스타리카에서 체류하던 중 변을 당했다고 한다. 더욱 가슴이 미어지는 건 이번 대회에서 입상자에게 주어지는 상금을 받아 베네수엘라에 남아있는 자신의 13세 아들에게 보내려 했다는 것이다.

그의 동료는 “야녜스는 가족과 자신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돈이 필요했기에 우승을 갈망했다”며 “그가 이번 대회에서 최소한 2등을 해 500달러의 상금을 아들에게 보내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야녜스의 죽음은 허망하고, 애처롭고 또한 쓸쓸하다. 그의 죽음은 온전히 음주운전으로 인해 빚어진 참극이었다. 아들에게 닿을 수 있는 불과 6km의 거리를 앞에 두고, 술기운에 빠져 몽롱한 상태로 운전대를 잡고, 액셀을 밟았을 그 가해 운전자의 미력에 야녜스는 허무하게 목숨을 잃고 말았다.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아들을 지극히 생각하는 한 마라토너의 삶을, 그리고 아들에 대한 순수한 사랑을 한 순간에 짓밟은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야녜스의 가족과 그 소식을 접한 수많은 군중들에게 용서받지 못할 행동을 했다.

그 가해 운전자가 시간이 흘러 세상이 정해 놓은 기준의 죗값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언젠가는 좌절하고 스스로를 괴롭게 만들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매일 머릿속을 맴도는 자괴와 또 후회와 분노로 스스로를 가두다가 병폐한 삶의 끝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사람이 술을 과하게 마시면 언젠가 실수를 하게 되고, 이 실수는 범죄가 되기도 한다. 뉴스를 통해 빈번히 접할 수 있듯이 여전히 술을 과하게 마신 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질러 뒤늦은 후회로 여생을 채워가는 사람들이 많다. 비록 그들에게 내려지는 솜방망이 처벌로 사회의 지탄을 받기도 하지만, 결국 그들을 벌하는 것은 법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원망과 후회임을 명심해야 한다.

과음을 하는 것은 결국 자신을 거짓되게 만들고, 기억을 지우고 무거운 책임만 남게 한다. 모든 순간이 그렇겠지만, 특히 자신의 슬픔과 분노와 같은 감정에 술을 붓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뒤틀린 감정, 마음은 자신의 삶도 그르치게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기쁨에 흥겨워 술잔을 들지는 모르겠지만, 그것 역시 과해서는 안 된다. 과음으로 벌어지는 사건 사고들은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자신이 마신 술 때문에 엄한 피해자가 생겨난다면 그보다 더 끔찍하고 참혹한 일은 없을 것이다. 아들을 가슴에 품고 뛰고 있었을 야녜스 또한 결승지점을 코앞에 두고 세상을 등져야 했음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중국 명나라 홍자성의 <채근담>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꽃은 반쯤 핀 것을 보고, 술은 조금만 취하게 마시면 참다운 아름다움이 그 속에 있다. 꽃이 활짝 피고 술에 흠뻑 취하게 되면 도리어 추악한 지경에 이르게 되니 가득 찬 상태에 있는 이는 생각할 일이다.’

꽃이 활짝 피게 되면 시들기 시작하고, 술에 흠뻑 취하게 되면 도리어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말이다. 술 역시 적당히 마셔야, 적당한 모습을 보일 수가 있다. 부디 언제 어디서나 반쯤 핀 그 꽃처럼 아름다움을 유지하길 바란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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