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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으로 놓은 자수

  • (2017-10-13 10:28)

‘흉중생진(胸中生塵)’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가슴에 먼지가 생긴다’는 뜻으로 사람을 잊지 않고 생각은 오래하면서 만나지 못함을 일컫는 말이죠. 그러니까 가슴에 먼지가 쌓일 만큼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그리워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여러분이 그리워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어떤 사람은 가슴에 사무치게 보고 싶은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게 연인이든 가족이든 친구이든지 간에 말입니다. 어떤 사람은 향수(鄕愁)를, 어떤 이는 지나간 청춘을 더듬어 보기도 합니다. 건국 이래 가장 길었던 추석 연휴가 끝났기 때문에 지나간 연휴를 격하게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물론 그 또한 그리움이지요. 분명한 것은 모두가 그리워하는 대상은 다르지만 간절한 마음만큼은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이 가장 절실하고 절박하게 그리움에 대해 잘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움이 깃든 사람을 미치도록 보고 싶어 하는 황량한 마음은 어떤 누구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시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 걷던 거리에서 맡았던 꽃향내가 아니라 그곳에서 처음 만났던 그 사람의 향기가 콧속을 타고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아무런 준비가 되지도 않았는데 그 사람과 이별이라도 한다면, 아물지 않은 생채기들만 남긴 체 휙 떠나간 듯이 쓰라리고 쓸쓸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더 야속한 건 시간이 흐를수록 그리움은 지체 없이 쌓이기만 하고, 그 허전함을 해소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그리움이 짙어질수록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 오히려 헷갈릴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고민합니다. 그리움의 간격은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그 사람이 그리운 것인지, 그 때의 내 모습이 그리운 것인지 말이죠. 그러다 가끔은 섣부른 판단으로 치정에 휘말려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될 때도 있습니다. 미치도록 그리워하는 사람을 당장에 다른 사람으로 채울 수 있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이별 후에는 신산한 그늘이 드리운 것처럼 마음속이 허전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따뜻한 온기도 느껴집니다. 끝도 없는 그리움은 이 알쏭달쏭한 묘한 감정에서 비롯되는 듯합니다.

언젠가 한 사내와 술기운이 잔뜩 오른 상태로 그리움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 사내는 그리움이 시작되는 이유가 그 사람에게 미안한 감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음속에 서려 있는 상대방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풀어내지 못하면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반문했습니다. 만날 수 없는데 어떻게 그 미안한 감정을 풀어내느냐고. 그러자 그 사내는 그래서 결국 그리움으로 남게 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 어찌됐든 그것의 시작은 사랑입니다. 그리움은 사랑을 더욱 더 간절하게 만듭니다. 사랑이 인간사의 불멸의 소재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간혹 몇몇의 사람들은 감정선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해 시작을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물론 선택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입니다.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도덕적인 책임을 짊어질 필요도 없고, 꿈에 그리던 백마 탄 왕자님을 반드시 만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사랑을 해서 이별을 하고, 떠나간 그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것은 그 어느 일보다 아름답고 고귀한 인생사의 과정입니다. 때로는 바보가 되는 일이 사랑이고, 그 어떤 일보다도 자신을 흥분시키는 일도 사랑입니다. 복잡하고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어도 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묘한 그 울림은 황홀하기까지 합니다.

문득, 저자 강순이 <그리움이 자수가 되다>의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봄의 끝자락, 그 따사로움을 떠나보내기 아쉬워 들꽃들을 가만히 수로 놓았습니다. 긴 여름이 시작될 무렵, 뜨거운 태양을 오롯이 받아내며 무심한 듯 피어난 들꽃을 바라보면 가슴 깊은 그리움을 남깁니다. 작은 꽃송이 하나하나, 가는 이파리 하나하나가 그림이 되었습니다. 들꽃의 마음을 담아내고, 들꽃이 품은 바람과 햇살을 담아낸 자수는 온전한 휴식을 얻게 합니다.’

사랑은 그리움을 자수로 놓는 일과도 같습니다. 여러 가지의 색실로 꽃으로 놓고, 나무로도 놓고, 구름으로 자수를 놓다보면 자신이 원하던 그림의 자수가 나오겠지요. 그래서 그리움으로 자수를 놓을수록 사랑의 모습도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옛 사랑이 그리워 이미 새겨진 그리움을 억지로 뜯어낸다면 여기저기 흩어진 실오라기들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자수를 마주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이것이 지나간 사랑을 되돌리기 힘든 이유겠지요. 


여러분이 그리워하고 있는 사랑은 어떤가요? 미치도록 그리워 여전히 이겨낼 수 없는 실연에 빠져 있나요? 아니면 색색의 자수를 놓고 새로운 사랑을 준비하고 있나요?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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