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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의 한 번은 삐딱하게 (2017-09-15 10:23)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 개봉을 눈앞에 두고 있다. B급 스파이 액션 영화로 흥행했던 전작에 이어 새로 개봉하는 ‘영국 신사’들의 매너에 다시 눈길이 가게 된다.

처음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를 접했을 때 나는 신선한 충격을 맛보았다. 양복을 전투복 삼아 활극을 벌이는 모습은 내가 아는 신사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상식이 부서지는 것은 내겐 언제나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영화 러닝타임 내내 흥미롭게 집중했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간단했다. 권선징악. 하지만 조금 더 깊이, 그리고 매우 까칠하고 공격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얘기가 다를 수 있다.

영화에서는 매너를 가장한 폭력을 멋지게 포장한 것 같았다. 주인공과 요원들은 악당들처럼 목적을 이루기 위해 폭력이라는 수단을 정당화했다. 그렇다면 악당이나 주인공이나 도긴개긴 아닌가? 영화 중 어디에 영국 신사가 있는가. 멋진 옷을 입고 멋진 말투를 쓰면 우산으로 사람을 후려 패든 총을 쏴 갈기든 머리를 터뜨리든 괜찮은 건가?

영화 말고도 영국을 그릴 때 ‘신사’와 ‘매너’는 항상 빠지지 않는다. 일본이 스스로를 묘사할 때 ‘장인 정신’과 ‘무사도’ 등을 내거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인다.

세계사는 일본이나 독일 같은 군국주의 국가들의 민낯을 까발리는데 여념이 없다. 그러나 승전국들에 관해서는 그저 어느 정도의 피해가 있었는지, 어떤 전투가 유명했는지 만을 대충 설명하고 넘어가기 일쑤다. 연합군 측에도 숨기고 싶은 과거는 여럿 있었다.

예를 들자면 과거 영국은 수많은 식민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영국은 이들 국가에서 탈취한 이권으로 다른 나라들의 해를 가리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만들었다. 영국이 피식민지였던 아일랜드, 케냐, 인도 등의 국가에서 벌어진 굵직굵직한 일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인도의 독립운동가 간디가 영국을 상대로 독립을 위해 비폭력 불복종 운동을 펼친 것은 알지만 영국이 인도를 어떻게 다루었는지는 잘 모를 수 있다. 영국이 인도를 지배하는 방식은 가혹했다. 간디가 히틀러에게 “당신의 적들(영국)에 의해 묘사되는 바와는 달리, 나 또한 히틀러 씨가 괴물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편지를 보냈을 정도다. 영국의 무도함은 간디가 히틀러에 대한 이야기들이 영국의 거짓 선전이라고 믿게 만들었다. 극단적인 예로 ‘암리차르 대학살’, ‘벵골 대기근’ 두 가지 굵직한 사건이 있다.

1919년 암리차르에서 평화롭게 집회를 하고 있던 비무장 인도인 수천 명에게 총을 쏜 ‘암리차르 대학살’이 벌어졌다. 발포 명령을 내린 영국군 준장 다이어는 “도덕적 교훈(moral lesson)을 가르쳐야 했다”고 둘러댔는데, 광장에 총탄 1,650발이 10분 정도 쏟아지고서야 이 ‘교훈’은 끝이 났다. 영국 정부에서는 379명이 숨지고 1,200여 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지만 인도 측은 사망자만 1,000여 명 가까이 된다고 항의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비로소 ‘비폭력 불복종 운동’에 불이 붙었다.

1943년 방글라데시가 인도와 분리되기 전 일본이 버마를 점령한 후 벵골 지역에서 대기근이 발생했다. 영국은 일본군의 인도 침략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이 지역의 산업•교통•식량 시설을 모두 파괴해 완전히 고립시켰다. 인도에서 일어난 벵골 대기근은 몇 백만 명에 이르는 인도인을 희생해 전략적인 목적을 달성하려 했던 학살이었다.

최소 약 300만 명의 사람들이 영양결핍으로 사망했고, 당시 6,000만 명의 벵갈 인구 중 150만 명에서 400만 명이 기근으로 피해를 입었고, 12월 곡식이 들어온 후에도 이전의 영향으로 희생자의 반이 사망하였다.

인도를 식민지배했을 때의 총독인 웨벨이 저술한 일기의 내용 중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처칠은 무슬림들, 아랍인들 및 인도인들을 증오했으며, 굶어죽고 있는 600∼700만 명의 인도인들에게 식량을 제공하는 것에 대한 나의 청원을 냉혹하게 거부했고, 캐나다의 구조 시도를 봉쇄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을 포함한 연합군이 승리하면서 역사는 그들을 위해 기록됐고, 추하고 더러운 부분은 아름다운 미담으로 장식됐다. 영국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한 가지 관점만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기존 관념에 삐딱하게 바라보기를 권한다.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쩌면 달의 뒷면처럼 평생 보지 못할 수 있는 진실들이 많다. 추할 수도 아름다울 수도 있는 이야기들이다. 마치 히틀러가 동물보호법을 최초로 제정한 것처럼 아리송한 일일 수도 있다. 아침드라마 출생의 비밀처럼 자신의 세계를 뒤집어 놓을 수도 있는 이야기들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마치 탐험처럼 숨겨져 있고 알지 못하는 사실을 찾아내고, 항상 굶주린 듯이 눈을 번뜩이며 이리저리 헤집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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