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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東京) 스타일 (2017-09-08 10:47)

네츄러리플러스코리아라는 회사의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한국에 들어온 지 7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이렇다 할 주목을 받은 적이라고는 한 번도 없는 회사이지요. 그저 눈에 좋은 영양제를 파는 회사로만 알고 있었고,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는 만큼 요란한 성장을 바라지는 않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해 왔지요. 따라서 이번에 열린 ‘플래티넘 멤버와 함께 하는 NP마츠리’는 아주 의외의 행사였고 또 의외의 초대이기도 했습니다.  

행사장 역시 조촐하고 소박한 것이 일본 스타일이라고 할 만 했습니다. 연예인을 부르지도 않았고 대행사를 쓰지도 않은 것 같았습니다. 회원들과 임직원 모두 내 일 네 일 가리지 않고 궂은일을 해냈고 샌드위치 등의 간식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화려한 무대에만 익숙해진 눈으로 보자면 소박하다기 보다는 ‘허접’하게 보일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곳에서 네트워크 마케팅이 가야할 길과 리더가 가야할 길을 발견한 것 같아서 흡족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고 비용까지 부담한 사람들이 60세 이상의 고소득자라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사실 고소득이라고 해봐야 한국 판매원의 눈으로 본다면  새 발의 피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돈으로 월 1,000만 원을 고소득이라고 표현하고 있었으니까요. 당연히 그 중에는 더 많은 소득을 얻는 사람도 분명히 있겠지요. 그러나 고소득자가 되는 경계선이 1,000만 원이라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월 1억이니 2억이니 하는 것이 꿈속의 숫자라면 플래티넘 이사회원들의 1,000만 원은 현실 속의 숫자라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고작’ 1,000만 원을 버는 이들의 돈을 쓰는 방식입니다. 어쩌면 자신의 소득과는 무관할 수도 있는 한국의 회원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츠리’를 개최한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지요. 특정 사업자에게 거액을 ‘쏴’주는 일이 다반사인 우리 눈에는 과연 이런 마츠리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의심스러워지기도 합니다. 행여나 한국의 리더들은 이런 ‘허접한’ 행사보다는 현찰로 지원해주기를 내심 바라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소박했지만 화기애애했고 일회용 도시락의 마른 밥으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각자의 역할을 빈틈없이 해내고 있었으니까요.

이 작은 행사를 위해 본사의 대표이사가 참석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의 강연은 더욱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그는 한국 사회와 다단계판매업계의 실정을 낱낱이 꿰고 있었습니다. 열정적이고 재미있기도 했지만 정확한 수치와 진단은 듣는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습니다. 네츄러리플러스코리아가 소리도 소문도 없이 7년의 세월을 한국에서 이어온 것은 이미 그들의 계산속에 포함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말이 있습니다. 소처럼 느리게 걷지만 천리를 간다는 말이지요. 이 회사는 이미 일본에서 17년의 세월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건강식품 하나로 17년의 터를 닦은 것입니다. 모든 회사가 이 회사처럼 운영할 수는 없겠지요. 2억 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는 5억 원을 통장에 ‘꽂아’ 놔야 다단계판매 사업을 시작할 수 있지요. 기업이나 판매원이 서두를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입니다. 거기에다 공제조합이라는 얄궂은 단체가 있어서 매칭수당을 지급하듯이 매출에 따라 돈을 내야합니다. 구조적인 모순이 상존하는 겁니다. 좀 더 심하게 말하자면 먹이사슬이라고 해도 좋겠지요.

아무튼 네츄러리플러스는 많은 일본의 기업들이 그렇듯이 단 번에 많은 소득을 올리지는 못한다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상위 사업자에게 몰아주기보다는 중하위 사업자들도 골고루 나눠가지는 보상플랜을 운용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슈퍼카에 대한 ‘자랑질’도 없었고, 수천만 원을 넘는 시계를 과시하는 천박함도 없었습니다.

한때 네트워크 마케팅을 일러 ‘드림 비즈니스’라고 칭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꿈의 사업이라는 거지요. 그러나 용꿈을 꾸던 많은 사람들은 개꿈도 이루지 못하고 이슬처럼 사져갔습니다. 네트워크 마케팅은 결코 꿈속을 헤매는 사업이 아닙니다. 보기 싫지만 비어 있는 내 지갑을 보면서, 날아드는 각종 고지서를 보면서, 신용카드 결제일을 꼽아가면서 해야 하는 사업입니다.

슈퍼카에 고급 시계, 값비싼 핸드백이 꿈이 되는 사업이 아니라 이 불편한 현실을 딛고 한 걸음만 더 올라서는 일입니다. 꿈이 짜릿할수록 현실은 괴로운 법이지요. 네츄러리플러스코리아의 행사를 지켜보면서 아주 모처럼 현실 속의 인간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에 즐거웠습니다.


권영오 기자 chmargaux@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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