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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바깥 이야기

  • (2017-09-08 10:24)


 

세상에는 여러 문학작품이 존재하는데, 사연 없는 책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잘 보이지 않는다.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듯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고, 현실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롭고 기발한 작품이 등장하기도 한다. 작품이 오롯이홀로 존재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작품 외적인 것들을 알아두면 더 깊은 이해가 가능해진다. 감상할 때 알아두면 좋은 작품 바깥의 이야기를 풀어보았다.


▷ <빨강머리 앤>의 초판

 

앤이 빨강머리가 된 사연

주근깨와 빨간 머리하면 앤이 떠오를 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작품이 바로 <빨강머리 앤>이다. 몇몇은 KBS에서 나오던 만화영화로 기억할 수도 있다. 마음을 울리는 말들과 남성에게 휘둘리지 않는 여성상, 길버트와의 로맨스 등을 고루 갖춘 <빨강머리 앤>이 아직까지 명작으로 회자되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발강머리 앤>은 작가 몽고메리가 자신의 유년시절을 보낸 캐나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을 배경으로 한 소설로, 캐나다를 대표하는 문학작품이다.

사실 <빨강머리 앤>의 원래 제목은 우리가 아는 것과는 달리 , ‘초록 지붕집의 앤’이다. 일본에서 번역되면서 제목을 번안했고 이 제목이 그대로 쓰여 지금까지 자리 잡은 것이다. 물론 이 사실이 소설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앤의 이야기는 <빨강머리 앤>에서 끝나지 않고 10권이 넘어가는 ‘연대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장황하고 긴 스토리를 자랑한다. 유년시절과 그 끝만을 보는 것은 앤의 일부만 아는 셈이다. 한국에서도 앤 전집이 2002년에 동서문화사에서 번역되어 출간됐다. 이 이야기는 마냥 행복하게만 흘러가진 않는다. 작가 몽고메리는 제1차 세계대전이 일으킨 파문에 캐나다가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상당히 자세하게 적어 내렸다. 앤의 둘째 아이인 월터는 전사하고, 앤의 절친한 친구인 다이애나의 아이도 큰 부상을 입는 장면이 그렇다. <빨강머리 앤>이 캐나다의 역사와 땔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어 캐나다에서 그토록 사랑받는 것이다.


▷ 마로니에북스 <토지> 결정판

 

너덜너덜해진 토지

<토지>는 그 방대한 내용만큼 깊은 역사를 담은 대하소설이다.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를 지나 광복까지의 내용을 상세히 다루는데, 여러 방언, 말투, 한국어의 특징이 잘 살아있는 어휘 등은 당시의 삶을 그대로 녹인 것만 같다.

토지의 작가 故 박경리는 2002년판 나남출판의 <토지> 서문에 “문학작품이 자본주의 원리에 따라 생산되고 소비되는 오늘의 추세는 견디기 어려웠다. 왜 내가 ‘토지’라는 자식을 낳았을까”라고 한탄한 적이 있다. 판권이 옮겨가면서 수정으로 점칠되는 책과 전쟁에 가까울 정도의 판권 싸움 때문이다.


<토지>는 1969년부터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됐던 1부가 1973년 문학사상에서 단행본으로 묶인 것을 시작으로 삼성출판사, 지식산업사, 솔출판사, 나남출판 등 5군데 출판사를 거쳤다. 이후 마로니에북스로 판권이 넘어오는데, 이미 <토지>는 각 출판사 별로 교정•편집 작업을 거치고 다른 표기 원칙이 적용돼 누가 고쳤는지 알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이후 2002년부터 연세대 인문학연구소팀이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판본비교 작업을 하여 원문에 가깝게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


▷ <작은 아씨들>

 

애증의 작은 아씨들

창작의 고통은 종종 해산하는 고통에 비유되곤 한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듯이 자신의 작품을 싫어하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쓰고 싶지 않은 글을 쓰는 작가도 있다.

<작은 아씨들>은 이와 같은 미운오리 새끼 중 하나이다. 작가인 루이자 메이 알코트는 전업 작가로서 독립적인 ‘신시대 여성’에 대한 소설을 적고 싶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출판사로부터 당시 유행하던 소녀소설을 쓰라는 압박이 계속해서 들어왔다. 그녀는 아버지의 강요와 어머니의 병세, 빚, 자신의 수은 중독과 두통 등의 절망적인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생계를 위해 책을 집필하게 된다.


그녀는 곳곳에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자그마한 장치들을 숨겨놓는데, 제목부터 ‘작은 소녀(Little Girls)’들이 아니라 <작은 아씨들(Little Women)>로 지은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의존해야만 하는 소녀가 아니라 어리지만 불우한 환경에 꿋꿋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작품 속 기둥으로 자리 잡은 것도 남성의 도움이 아닌 자매와 모녀 사이의 유대다. 후속작인 <좋은 아내들>에서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지만 작중에서 남편의 모습을 찾기 힘든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작은 아씨들>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들도 있다. 기차를 타고 가던 알코트에게 신문팔이 소년이 <작은 아씨들>을 사도록 권했는데 그녀는 자신이 쓴 책이라 집에 많이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돌려보냈다. <작은 아씨들>이 불티나게 팔리자 출판사 사장은 속편을 쓰기를 요청했고, 이에 더해 독자들의 팬레터에 조와 로리를 결혼시켜달라는 요청이 쇄도하자 그녀는 옆집 청년 로리를 <좋은 아내들>에서 넷째 에이미와 맺어버린 일도 있었다.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삽화

 

작품은 작가의 거울

괴테의 저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1774년 출간과 동시에 유럽에 큰 반향을 일으킨다. 젊은 베르테르의 이야기는 작가 본인의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속 샤를로테의 모델은 괴테 친구의 부인인 샤를로테 부프이다. 1부에서부터 7부까지는 괴테 자신의 이야기를, 그 이후부터는 신문에서 본 한 젊은이를 바탕으로 적었다.

괴테가 법원에서 근무할 적에 친구 ‘예루잘렘’이 유부녀를 사랑하다가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사건도 큰 영향을 미쳤다. 특이한 것은 그가 자살할 때 사용했던 권총이 괴테가 사랑했던 샤를로테의 남편으로부터 빌린 것이었다는 점이다. 작품 속 베르테르도 샤를로테의 남편 알베르트가 빌려준 권총으로 자살하는 장면은 여기서 착안된 것이다.


괴테의 첫 손자의 이름은 베르터(Werther)인데, 베르테르(Werther)의 이름과 같다. 베르테르는 오역으로, 정확한 발음은 베르터가 옳다. 을유문화사의 <젊은 베르터의 고통>이나 창작과 비평사의 <젊은 베르터의 고뇌>는 이 점을 지적하여 새로 번역한 책을 출간했지만 이미 굳어진 인식은 바꾸기 어려웠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은 청년들이 주인공의 모습에 공감해 소설 속에 나온 베르테르 옷차림으로 잇달아 자살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베르테르 효과’라는 말을 만들기도 했다. 정작 실연을 겪고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쓴 괴테 본인은 83살까지 장수했다. 괴테는 오히려 이 작품을 탈고하고 실연의 슬픔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미치는 영향은 당대에만 있지 않았다. 롯데그룹의 창업자인 신격호 회장은 젊은 시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기업의 이름을 롯데(lotte)로 정한 이유가 샤를로데(Charlotte)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예전 롯데백화점 상품권에도 귀퉁이에 샤를로테와 이름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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