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돋보기

<기획연재> 다단계판매, 패러다임 바뀐다③

  • (2017-07-14 00:00)

- <기획연재③> 착한 다단계 시대
- ‘고품질 저가격’ 구현… 소비자 만족도 높여
- 노점·시골 장날에 제품 등장… 싸구려 인식은 문제


다단계판매의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 지난 1980년대 후반 시작된 다단계판매는 제품보다는 ‘보상’에 방점이 찍히면서 품질의 고저를 막론하고 고가격 정책을 유지해왔다. 무엇보다 창립자나 경영자 자체가 원가에 대한 개념을 갖지 못하고 소비자가격에 수당을 더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책정하면서 다단계판매를 통해 유통되는 제품은 비싸다는 인식을 소비자 일반에게 심어준 것도 사실이다.


◇다단계의 주홍글씨 ‘재팬라이프’
실제로 대한민국 다단계판매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재팬라이프는 조악한 전자요 등의 제품을 당시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200만 원에서 300만 원까지 가격을 붙여 판매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다단계판매가 외면 받는 단초를 제공했다.

이후 암웨이가 들어오면서 고품질 저가격이 다단계판매의 본질이라는 점을 강조했으나 이미 재팬라이프 식 손쉬운 돈벌이에 익숙해진 경영자와 판매원의 인식을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품질을 묻지 않고 고가격 기조를 유지해오던 한국의 다단계판매 시장에 고품질 저가격으로 무장한 업체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거의 30년 만에 다단계판매의 본질에 충실한 시장이 열리고 있다. 그동안 다단계판매 시장에서는 외국계 기업인 한국암웨이와 순수 국내 자본으로 설립된 하이리빙이 정통다단계의 종가로서 명성을 지켜왔다.


◇소비자 마케팅의 탄생 ‘암웨이’
특히 하이리빙은 당시 ‘진로’라는 대기업의 자본이 투자되면서 다단계판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일소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고, 실제로도 한국암웨이의 턱밑까지 추격하면서 국내 업체의 한계를 극복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사주와 경영자가 충돌하면서 속절없이 무너졌고 최근 들어서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이후 생필품을 주력 상품으로 하는 정통 다단계판매 기업의 명맥이 끊어졌고 애터미가 등장할 때까지 다단계판매는 화장품과 건강식품을 비교적 비싼 값에 대량으로 구매해야 하는 사업으로 정의됐다. 이러한 시장에 등장한 애터미는 저렴한 가격을 주무기로 서민층을 공략해 강원도 두메산골에까지 전파되는 파급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더 많이 구매할수록 더 싸게 공급하는 방식은 무리한 사재기를 조장했고 급기야 전국 각지의 노점이나 시골 장날에 등장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말았다. 이뿐만 아니라 각종 인터넷 오픈마켓에 헐값으로 나오면서 회사 측에서 제시한 가격으로 구매하는 사람이 가장 비싸게 구매하는 것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터미는 지난 2015년까지 주주에게만 1,000억 원을 배당하는 성공을 거두면서 저가격이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이후 한국에서 창업하는 모든 다단계판매 기업의 목표가 한국암웨이 타도에서 애터미 극복으로 바뀌는 웃지 못 할 유행을 만들어냈다.


◇지쿱은 ‘공정다단계’ 표방
시민운동가 출신의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협동조합 열풍이 불었고 이에 편승해 ‘공정다단계 지쿱’이 등장했다. 그러면서 다단계판매 자체를 협동조합 식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 지쿱은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은 제조공장을 바탕으로 저가격을 구현함으로써 애터미에 이은 ‘저가격 바이너리’라는 환상을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애터미가 종교적인 결속력을 바탕으로 성장했다면 지쿱은 공정다단계라는 슬로건과 사회적 기업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바탕으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지쿱은 회사 설립 당시에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급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지쿱의 성장은 무엇보다 젊은 창립자의 시장을 읽는 탁월한 감각과 바이너리 플랜이라는 강력한 보상플랜이 원동력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거기에다 사주 가족의 갑질이 횡행하는 대한민국의 각박한 환경에서 사회적 기업이라는 인정이 판매원은 물론이고 소비자들의 폭넓은 지지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퍼플유•더오름, 기대주
애터미와 지쿱이라는 국내 기업의 성공과 라이프팜 예보 등의 가차없는 철수를 겪는 동안 한국판매원의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 선호 현상도 어느 정도 해소됐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등장한 퍼플유는 대기업의 지원을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비쌀수록 선호하는 대한민국의 여성의 심리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저가격 정책을 수립하고 애터미 지쿱과 마찬가지로 바이너리 보상플랜을 채택하면서 화장품 다단계판매 시장은 물론이고 시판 화장품 시장에서도 화제를 몰고 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어린이 교육사업과 정수기 등에서 성공을 거둔 교원그룹에서 더오름이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다단계판매 시장에 도전장을 내놨다. 더오름 관계자는 강력한 보상플랜과 기존 교원 그룹의 인프라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꼽았다. 

이처럼 저가의 제품들이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조악한 제품에 터무니없는 가격 정책을 고수해오던 업체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특히 최근 들어 주가를 올리고 있는 코인 시장으로 판매원을 뺐기는 바람에 그러잖아도 하향곡선을 그리는 이들 업체에는 더할 수 없는 악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대량 구매 유도는 또 다른 ‘독(毒)’ 될 것
이러한 상황에 대해 업계의 관계자들은 올 것이 왔다는 진단을 내린다. “암웨이가 재팬라이프보다 한 두해만 더 일찍 들어왔더라도 지금 한국의 다단계판매 시장이 고심하고 있는 각종 문제들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이제는 시장 자체가 고품질 저가격이라는 새로움 패러다임으로 옮아가고 있다”면서 “아무리 강력한 보상플랜을 내놔 봤자 35% 이내일 것이고 품질과 가격이 함께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기업의 존립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통이라고 불리는 업체들이 롱런하기 위해서는 회원가 대리점가 총판가로 세분화돼 방판법 위반소지가 있는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량 판매는 오픈마켓이나 노점 판매 등을 통해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라면서 “한국암웨이나 하이리빙 등 전통의 기업들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면서 벤치마킹할 부분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영오 기자chmargaux@mknews.co.kr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목록으로

포토뉴스 더보기

해외뉴스 더보기

식약신문

사설/칼럼 더보기

다이렉트셀링

만평 더보기

업계동정 더보기

세모다 스튜디오

세모다 스튜디오 이곳을 클릭하면 더 많은 영상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날씨

booked.net
+27
°
C
+27°
+22°
서울특별시
목요일, 10
7일 예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