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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빙글 세상이야기 (2017-07-07 00:00)

색이 바뀌면 뭐든지 바뀐다

색에 변화를 주면 많은 것에 변화가 생긴다. 사람들은 이름이나 형태보다는 색이나 그림을 더 잘 기억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색은 가장 강한 시각언어(Visual Language)기 때문에 색을 잘 사용한다면 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색에 따라 그 기능에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신호등에도 그 원리가 숨어 있는데, 정지를 뜻하는 빨간색은 모든 색 중 가장 파장이 길어 먼 곳에서 제일 뚜렷하게 보이고 색맹 환자도 빨간색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색의 변화가 이끌어내는 효과는 매우 크다. 색에 따라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몇몇 예들을 찾아보았다.

옥상을 물들인 초록색을 바꿔라

할리우드 배우 윌 스미스는 2012년 5월 <맨 인 블랙 3> 개봉을 앞두고 방한한 적이 있었다. 그는 5월 8일 자신이 건물 옥상에서 직접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는데, 그 사진을 보고 초록색의 옥상이 정원으로 보이면서 서울에는 집마다 옥상 정원이 있다는 오해를 산 일이 있었다.

5년이 지나도 옥상 대부분은 초록색 방수 페인트로 칠해져 있다. 옥상을 초록색으로 칠하는 것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광복 후 건축 기술의 대부분은 일본의 영향을 받았고 방수 페인트는 일본에서 수입해 왔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한국처럼 옥상 바닥이 녹색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에 더해 옥상 칠에 대한 선호도가 초록색으로 몰리면서 국내생산이 가능해진 이후로도 굳어진 관습처럼 녹색 페인트를 사서 썼다.


녹색 일색이던 옥상에 변화를 줘 냉방비를 절약하자는 취지로 ‘화이트 루프’, 혹은 ‘쿨루프’로도 알려진 운동이 있다. 2010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이 활동은 옥상을 하얗게 칠하면 실내 온도를 낮춰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특히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쿨루프 공법을 장려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4년 창원시가 국내 최초로 시청옥상에 시범으로 시공한 이후 몇몇 지자체는 도시 재생 사업으로 시행하고 있다. 노루페인트와 두온에너지원의 쿨루프용 페인트 기부 및 기술 지원으로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쿨루프에 대한 십년후연구소에 따르면 실내기온이 1℃ 내려가면 전기료가 7%가 줄어들며, 흰색지붕으로 바꾸면 실내온도는 1.5℃∼3℃ 정도 떨어진다고 한다. 이로써 건물의 에어컨 가동률은 20%까지 줄일 수 있고 전기세를 40%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옥상의 도시면적은 약 25%에 해당하기 때문에 모든 지붕을 흰색으로 바꾸면 그만큼 도시차원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색이 바래 본래의 의미를 뺏긴 <야경>

빛의 거장으로 잘 알려진 렘브란트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빛과 어둠을 극적으로 배합하는 키아로스쿠 기법을 자주 사용했기 때문에 그의 그림 대부분은 밝은 부분이 적어 마치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의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야경>에는 비화가 얽혀 있다. 1406년 무렵 프랑스 반닝 코크 대장과 그의 대원들은 돈을 모아서 렘브란트에게 자신들의 초상화를 의뢰했다. 렘브란트는 이 초상화를 전에 없던 방법으로 진부하고 딱딱하게 표현하지 않고 바로크 양식의 빛과 움직임, 포즈를 사용해 감정과 리얼리티를 강조했다. 그러나 그림 전체적인 개념을 강조한 나머지 개개인의 초상을 가렸다. 게다가 가상의 인물들이 들어가거나 얼굴이 그림자에 가려지기도 해 그림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의 불만을 사 돈을 지불하지 않으려고 한 일이 있었다. 이후 렘브란트에게 단체 초상화를 주문하거나 후원하는 사람이 줄어들었고, 채권에 어음, 저당으로 인해 몰락했다.

그의 몰락처럼 <야경> 역시 많은 수난을 겪었다. 원래 4.5m×5m에 달하던 거대한 그림은 그림을 의뢰한 민병대의 벽을 장식하기에는 너무나도 컸다. 이 때문에 왼쪽 부분이 잘려졌으며 잘린 부분은 불에 태웠다고 전해진다. 심지어 부대 내에 설치한 열약한 난로로 인해 그을음이 계속해서 묻어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림은 어두워져 갔다. 어느새 원래 그림 배경이었던 아침은 밤으로 바뀌게 되었고, 렘브란트의 의도와는 달리 야밤을 틈타 이루어지는 작전으로 해석해 <야경>이라고 불리게 됐다.

<야경>의 원래 제목은 <프랑스 반닝 코크 대장의 중대>로, 현대에 그을음을 제거하는 작업으로 본래의 색감과 밝기를 다시 찾았다. 그러나 한 번 변한 색으로 인해 본래의 제목과 의미는 퇴색됐고 어둠을 틈타 작전을 수행한다는 뜻의 <야경>이 아직까지 더 유명하다.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는 국내 편의점 판매량 1∼3위 안에 드는 인기제품이다. 그러나 2009년 정부가 천연재료를 쓰지 않으면 식품명으로 해당 재료를 쓰지 못 하게 하면서 바나나 과즙 1%가 들어가기 전까지는 바나나맛 우유에는 바나나 자체가 없었다.

바나나맛 우유가 처음 소개되던 시절에는 바나나는 항공냉장운송으로 수입해오던 귀한 과일이었다. 제품의 기획 이유부터 ‘전 국민에게 바나나의 맛을 보여줄 수 있는 영양간식’을 만들고자 하는 취지에서 개발됐기 때문에 당시에는 비쌌던 바나나가 들어가지 않게 된 것이다. 바나나의 맛조차 보지 못했던 서민들에게는 바나나는 노란색이라는 인식이 강했었고, 바나나맛 우유는 노란색으로 만들어졌다. 바나나맛 우유는 소비자가 가진 인식과 색, 가격을 절묘하게 맞추어 국내 가공우유 업계를 지배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높은 점유율을 보여줘 왔다. 2005년 우유 단일상품으로는 국내 최초로 연 매출액 1,000억 원을 돌파했을 정도다.

메로나는 원래 하얗다?

바나나맛 우유 점유율을 위협받았을 때는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 출시 직후 단 한 번 뿐이다. 2006년 출시한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는 기존 바나나 우유가 노란색을 내기 위해 색소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무색소를 강조했었다. 짧은 시간 바나나맛 우유를 위협했지만, 바나나 본연의 색을 강조한 마케팅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만일 메로나도 첫 등장 때부터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처럼 색소를 넣지 않았다면 하얀색으로 출시 됐을 것이다. 왜냐하면 메로나가 처음 출시됐을 때에는 멜론이 아니라 참외를 써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1991년 빙그레 빙과 개발 담당자는 동남아에 시장 조사를 하다 당시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멜론이 눈에 띄었다고 한다. 당시 고급 과일로 여겨졌던 바나나와 파인애플의 대중화가 이뤄지자 새로운 맛으로써 멜론이 적격이라 판단하고 제품개발에 착수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당시에는 희귀 과일이었던 멜론은 국내 소비자에게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 때문에 멜론 맛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의 반응이 냉담해질 것이라 추측, 멜론 맛에 가장 가까운 참외를 사용해 메로나를 만들었다.

색깔은 멜론과 같은 초록색을 유지하되 참외에 가깝게 맛을 개발한 결과는 성공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멜론 맛을 그대로 써서 만든 경쟁사 제품은 없어졌지만 메로나는 살아남은 것이다. 다만 현재 메로나는 이름처럼 멜론시럽을 일부 첨가하고 있다.

1992년 메로나의 판매가는 200원이었다. 1995년부터 미국 하와이에, 2002년에는 브라질에 판매를 개시했으며, 미주 지역에서는 하나의 아이스크림 브랜드로 받아들여졌다. 세계시장에 진출한 메로나의 판매량은 여름을 기준으로 해 약 10만 개에 다다른다고 한다.
 

신준호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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