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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2017-06-30 00:00)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준비가 막바지에 이르렀다거나 아직 미흡하다는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몇 개월 전 공사 진행도에 대해서 뉴스를 만들었을 때만 해도 ‘언제 다 지을 수 있을까?’ 같은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요새 뉴스를 보면 그런 생각이 덜 든다.

올림픽에서 메달의 수는 항상 중요했다. 얼마나 많이 따는 지에 따라서 나라의 명예가 달라지는 것만 같다. 한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 한동안 그 선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뒤따라 붙는다. 이 기간만 되면 영웅을 찍어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 금메달을 딴 선수마다 감동적인 스토리를 바로바로 찾는 걸까? 모든 국가대표선수의 이력이나 생활, 미담 같은 것들을 모아둔 걸까? 그렇다면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의 이야기는 왜 나오지 않는가? 모두가 안타까운 사연이 있을 텐데, 혹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대표로 뽑히는 것조차 불가능한 사람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이르자 3년 전 소치동계올림픽 때 쇼트트랙 종목에서 500m, 1,000m, 5,000m계주 등에서 금메달을 쓸어갔던 러시아 선수 빅토르 안이 떠올랐다. 한국인 안현수였던 그는 이제 러시아 국민 사이에서 ‘러시아의 별’로 불리고 있다.

올림픽 6연패라는 기록을 달성한 그는 쇼트트랙 볼모지인 러시아의 위상을 높였다. 대한빙상경기연맹과의 파벌 싸움에 떠밀려 한국에서 설 자리를 잃은 그를 받아준 것은 러시아였다. 그의 귀화 사정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는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그가 처한 상황이 밝혀지자 그러한 목소리는 사그라졌다.

올림픽이라는 화려한 무대 뒤에서 높은 분들의 사정으로 짓밟히던 꿈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는 무엇보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경기에 들어선 모든 선수마다 사정이 있고 꿈이 있고 미담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선수들은 올림픽에 나가서 국위선양을 위해 메달을 뽑아오는 것이 목적인 기계가 아니다. 자신의 삶이 있고 각자의 스토리가 있다.

그 사연들은 누구도 함부로 판단할 수 없기에 메달이 가치가 있게 되는 것이다. 물질 만능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메달에 목을 매는 이유는 어쩌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승리만을 맹신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바라보아야 할 가치는 다른 곳에 있다.

그런데 만일 국가대표선수들을 거액을 들여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만으로 구성한다면 우리는 그들이 가져온 메달을 달갑게 받아들일까?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건물과 환경은 준비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종목을 참여해야 개최가 가능했기 때문에 몇몇 부문은 외국 선수를 데려와 준비시키기도 했다.

올림픽 개최를 국가적 사업으로 봐 수익에만 집중해 이기기 위해 급조한 팀들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선수들 사진이 한동안 이슈였었는데, 외국인 여섯이 태극기를 들고 있었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실태는 대학팀 5개, 등록된 남자 선수는 233명만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어쩌면 ‘올림픽을 연 나라’라는 타이틀을 위해 돈으로 올림픽을 샀다고 결론 내릴 수도, 빅토르 안처럼 사정이 있어서 귀화했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어찌 됐던 간에 무대에 서지 못한, 나름대로의 이야기가 있는 숨겨진 주인공들을 볼 생각에 흥분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지닌, 혹은 지니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영광이 아닐까 싶다.

올림픽 티켓을 돈을 주고 사서 보러갈 수 있지만 올림픽 속 정신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으로 남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빡빡한 세상살이에 돈만 있다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몇몇의 사례를 하나 지우는 것일 테니 말이다.

올림픽뿐만이 아니라 돈으로 살 수 없는, 아니 그것보다 돈으로 사지 않아야 가치가 있는 것들이 더 있다. 성공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성공을 돈으로 살 수 없다하여 다른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없다. 종종 양심을 팔아 성공을 구매하는 사람이 있다. 양심 역시 가치를 매길 수 없지만 팔 수 없기에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면 안 된다. 성공은 피, 땀, 눈물, 열정, 영감 등을 태워서 얻을 때만 가치 있다.

또한 비록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거나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지는 않더라도 묵묵히 자신이 정한 가치를 위해 경기에 임하는 국가대표들이 있듯이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다. 언젠가 웃을 그날을 믿으며 한결같이 삶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그들 모두가 끝내는 성공을 거머쥐기를 바란다.

포드 자동차를 설립한 헨리 포드는 이런말을 남겼다. “도중에 포기하지 말라. 망설이지 말라. 최후의 성공을 거둘 때까지 밀고 나가자.”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인 것이다. 일단 무대에 올랐다면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맡은 바를 끝까지 해내야 한다. 도중에 닥터스톱이 없는 한, 최대한 경기장 안에서 포기하지 않고 남아있는 선수들처럼 매 순간마다 마지막 경기일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치열하게.

 

신준호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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