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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주도하는 다단계판매 (2017-05-26 00:00)

(사)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회장 이우동, 아모레퍼시픽)가 발표한 ‘2016 직접판매유통업현황’에 따르면 직접판매업계의 총매출이 지난해보다 소폭 성장한 약 14조 6,734억 원으로 추산됐다. 국내외적으로 어려워진 경제상황을 생각한다면 비록 소폭이기는 해도 의미 있는 성장이다.

이번에 발표된 자료를 눈여겨보면 한 가지 특별한 지표를 발견할 수 있다. 다단계판매와 방문판매업에 종사하는 판매원의 수와 매출액의 상관관계가 그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현재 다단계판매원의 수는 모두 842만 3,413명으로 2015년에 비해 46만 7,791명이 늘어났다. 이에 비해 방문판매원은 2만 5,123명이 늘어난 99만 7,911명이었다.

다단계판매원의 중복 가입을 감안하더라도 방문판매원보다 거의 9배가 더 많은 수치이다. 그러나 매출 규모는 판매원의 수와는 반대로 다단계판매가 5조 4,562원으로 9조 2,172원의 절반을 조금 웃돌 뿐이다. 구매액 또는 판매액으로 환산하면 그 격차는 더 두드러져 다단계판매원의 경우 1년간 약 64만 7,743원 정도의 제품을 직접 구매해 사용하거나 판매하고 있다. 방문판매원의 경우에는 923만 6,495원의 제품을 구매 또는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을 다시 월 별로 나누면 다단계판매의 경우 매달 5만 3,978원, 방문판매원은 76만 9,707원씩 구매 또는 판매하고 있다.

이 수치를 놓고 보면 다단계판매와 방문판매의 정체성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다단계판매의 경우에는 판매원 개인의 자가 소비를 위한 구매가 주류를 이루고, 방문판매는 그야말로 판매하기 위해 구매하는 패턴이 뚜렷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다단계판매업자 정보공개에 따르면 2015년도의 다단계판매원수는 796만 명, 이들에게 지급된 후원수당은 1조 6,775억 원이었다. 다단계판매원 1인당 연평균 소득은 21만 741원으로 매달 약 1만 7,561원을 가져갔다. 일각에서는 다단계판매원 중 소득이 전혀 없는 사람이 634만 명쯤 된다면 큰일이 난 것처럼 바라보지만 이것은 다단계판매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계산이 정확하지 않았다.

최근의 법원 판결에서 볼 수 있듯이 회원과 판매원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그러니까 소득이 전혀 없는 634만 명은 일을 하고도 수당을 받지 못한 판매원이 아니라 단순 소비자라는 뜻이다. 그리고 소비자와 판매원의 구별이 없는 업체에서는 소비규모가 큰 소비자에게도 수당을 지급한다. 일례로 한국암웨이는 약 30만 원 정도의 소비가 일어날 경우 소비자에게도 매출액의 3%를 소비자에게 돌려준다. 이러한 개념은 최근 들어 일반화된 마일리지와 동일하다.

판매원 중에는 사업을 목적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구매하고 판매하는 사람도 있다. 소위 상위 1%에 소득이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나는 까닭이다. 여기서 상위 1%라고 하는 것은 먼저 회원에 가입한 1%가 아니라 더 많은 소비네트워크를 구축한 사람을 뜻한다.

다단계판매가 한국에 도입된 지 30년이 흘러가는 이 시점에서조차 다단계판매의 정의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 좀 씁쓸하기는 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다단계판매는 ‘쓰는’ 사람을 모으는 일이다. 이번에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에서 발표한 것처럼 매달 5만 원 정도의 제품을 다단계판매업체를 통해 구매하는 사람을 모으다보면 그것이 자라 사업이 되는 일이다.

사람에 따라 사업 규모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와 같은 기본적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빵집, 커피숍, 슈퍼마켓, 치킨집에서 발행한 쿠폰을 모으고 도장을 받듯이 포인트를 모아 빵 대신, 커피 대신, 치킨 대신 현금으로 돌려받는 것이 다단계판매이다.

지난해에는 842만 3,413명의 회원 및 판매원이 매달 5만 3,978원 씩 소비를 하고 각자의 노력에 합당한 혜택을 얻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다단계판매이며 소비자가 주도하는 유통산업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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