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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짓는 날

  • (2017-05-26 00:00)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과학적으로도 웃으면 엔도르핀, 카테콜아민 등 사람에게 유익한 물질의 분비가 증가한다. 꾸준한 웃음은 혈압 안정화, 폐 속 잔류 공기 감소, 혈액 내 산소 증가 등 우리 몸에 많은 도움을 준다.

서울삼성병원에 따르면 10초의 웃음은 노 젓기 3분, 15초의 큰 웃음은 100m 전력질주, 1분의 웃음은 생명연장 8일, 함께 웃으면 혼자 웃을 때보다 33배의 효과가 난다. 또한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될수록 코티솔(cortisol) 수준과 혈압이 올라가고 맥박수가 증가하는데, 웃음은 코티솔 수준을 낮추고 면역계를 촉진해 스트레스에 의한 면역억제 작용을 상쇄시킨다.

이처럼 웃음은 우리를 이롭게 만들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웃음치료사의 존재는 어찌 보면 남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사람들의 웃음이 줄어들고 있다는 지표 같기도 하다.

출퇴근길 풍경은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그들은 가끔씩 친구들을 만나 각자 겪었던 일들을 풀어놓느라 정신이 없다. 주된 내용은 그동안 겪었던 암울한 소식들뿐이다. 취업을 위해 공부를 하고 있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는 청춘들, 돈 걱정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일을 계속하는 직장인들, 앞으로의 미래가 걱정인 노인들 등 다들 각자 삶의 무게를 느끼며 살기 힘들다 외친다.

안 그래도 퍽퍽한 삶을 더욱 목마르게 만드는 데에 불필요한 사회 문화도 일조했다. 꼭 지켜야 하는 도덕적인 내용의 규칙도 존재하지만 ‘밥을 먹기 전에 간식을 먹으면 안 된다’, ‘숙제는 끝내고 놀아라’, ‘밥은 남겨선 안 된다’, ‘상사의 사적인 심부름은 후배가’ 등의 규칙도 존재한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하나씩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한 이상한 규칙은 일상생활을 방해하며, 삶의 질을 하락시켰다. 갖가지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회를 생성했는데, 개성을 표출하지 못하고 제압당하니 당연한 결과다.

이런 억압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웃음기 잃은 회색 인간이 탄생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미치는 영향력은 커진다. 수학을 못 한다고 해서 사람이 덜떨어지거나 모자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모는 아이에게 “이것도 못 풀어?”, “너 몇 살이야” 등 수학을 못 하는 게 큰 잘못인 것처럼 아이를 꾸짖는다.

잘 풀어도 마찬가지이다. “틀릴 문제가 아닌데 이걸 왜 틀렸어”, “하나만 더 맞으면 백 점이었을 텐데”, “백 점이 아니야?” 등 부모는 아이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더 높은 점수를 요구한다. 통상적으로 이 문제는 어떻게 보면 아이가 잘 됐으면 하는 부모의 바람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아이의 입장에선 그렇지 않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아이는 이제 수학 점수를 잘 받아도 걱정, 잘 받지 않아도 걱정이 든다. 이유는 간단하다. 백 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는 제 점수임에도 성적에 대한 기쁨, 슬픔 등의 감정보다는 남의 눈치부터 보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는 완벽을 추구하게 되고 작은 것 하나가 틀어지면 쉽게 절망하고 포기하는 습관이 길러진다. 어른이 될수록 꿈은 사라지고, 회색 인간이 돼 자신을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고 정의 내린다. 하나의 트라우마가 생성된 것이다. 이런 불필요한 사회 문화는 해결해야 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선 아이의 개성을 존중하고 격려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이 방법은 아이를 위해서만도 아니다. 이따금 학구열이 높은 부모 중 “아이가 미워요”라고 말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이가 미워지는 것은 부모가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아이를 통해 해내려고 하는 경향 때문이다. 아이의 역량과 개성을 존중하지 않고 부모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아이에게 강요하게 되는데, 뜻대로 되지 않자 실망하고 미워지는 것이다. 이처럼 부모 또한 병이 들 수 있으므로 한 번씩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당장 먼 곳에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다른 아이들은 후원하고 그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 주면서, 정작 자기 자식들에겐 미래마저 직접 결정 내리려고 한다. 참 아이러니하다. 아이가 맨 처음 태어났을 때는 무지의 존재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잡아주는 것은 부모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부모의 역할이 거기까지임을 인정해야 한다. 어른의 뿌리가 되는 아이의 개성을 존중하고, 응원하지 않는다면 감정이 메마른 사회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지난 과거를 회상하며 그리움을 가지고 애틋함을 만끽하는 것을 노스탤지어라고 한다. 현실이 어려울수록 자주 발생하는데, 과거를 마음껏 미화시켜 좋았던 추억으로 만든다. 실제 과거에 있었던 일은 중요치 않다. 노스탤지어는 과거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그저 힐링을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노스탤지어를 느끼면 기분이 좋아지고 치유되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이 방법은 본질적으로 현실을 도피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현재의 삶에 만족한 미소 짓는 날을 기대하며 나부터 조금씩 변화하는 삶을 살기를 기원해본다.

 

박혜진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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