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돋보기

기업 잡는 전산업체

  • (2017-05-19 00:00)

‘징크스’라는 말이 있다. 재수 없는 일 또는 불길한 징조의 사람이나 물건 등을 일컫는 말이다. 프로야구 감독들 중에는 연승 기간 동안에는 수염을 깎지 않거나 양말을 갈아 신지 않는가 하면 심지어는 속옷을 갈아입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징크스라는 것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다. 그러나 어쩐지 께름칙한 물건이나 사람이 있다면 피해 가게 되는 것이 본성의 작용이고, 아무런 이유 없이 호감을 느끼거나 간직하고 싶어 하는 마음 또한 인지상정이다.

최근 들어 우리 업계에는 ‘어쩐지 재수 없는’ 전산업체들이 일종의 징크스를 만들고 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이들 업체와 전산 계약을 맺은 다단계판매 업체들이 줄줄이 공제거래계약 해지 되거나 자발적으로 라이선스를 반납하는 일들이 자주 발생한 것이다.

이 전산업체들이 일종의 징크스로 여겨지는 것에 대해 공제조합의 관계자들은 신생 업체들이 봉착할 수밖에 없는 ‘회원 몰이’에 일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신규 업체들이 회원들을 모집하기 위해 과도한 수당 지급을 약속하거나 라인 변경 등을 요구하면 두말하지 않고 들어주어 신생 업체들의 구미를 자극하는 것이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전산을 조작해서 수당지급률을 실제보다 낮추고 라인변경 등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면 신생 업체가 순식간에 성장해야 마땅하지만 오히려 문을 닫게 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업계의 한편에서는 오죽했으면 그런 짓이라도 하려고 하겠느냐는 서글픈 동정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보다는 이 업체들과 계약하면 문을 닫게 된다는 것이 진짜 징크스인데도 영문 모르는 신규 업체들은 이들의 불법과 탈법을 전제로 한 영업 활동에 쉽사리 속아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불법과 탈법의 유혹이 합법과 정상의 당위보다 달콤하게 느껴지기는 할 것이다. 남들은 할 수 없는 일을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은 ‘슈퍼맨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유일한 인간, 달리는 기차를 멈추게 하거나 심지어는 지구를 반대방향으로 돌려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더 할 수 없이 달콤한 상상이다.

이러한 상상에 우리 업계의 현실을 대입한다면 슈퍼맨의 상상보다 훨씬 더 짜릿한 환상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35% 수당상한선을 가뿐히 뛰어넘고, 레일을 돌려놓아 기차의 운행 방향을 바꾸듯이 사업자 조직을 임의로 조작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의무적으로 공제조합에 신고해야 하는 매출액을 낮추거나 아예 신고를 하지 않음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하는 일은 마치 꿈이 이루어지는 것 같은 착각을 주기 마련이다.

짐작하건대 이들 전산업체는 자신들이 불•탈법을 저지른다기보다는 가난하고 힘없는 기업을 슈퍼맨으로 만들어 주는 미다스의 손으로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미다스 손의 말로는 그가 손댄 모든 것이 쓸모가 없어진다는 사실이다. 사물뿐만 아니라 사람까지도 황금으로 만들어버려 그토록 염원하던 황금이 오히려 감옥이 돼 버린다는 사실이다.

실제로도 이 전산업체들이 만들어주고자 했던 황금은 그들과 계약한 다단계판매 기업들이 시장에서 도태되도록 함으로써 미다스의 역설을 실현하고 말았다.

지금 공제조합은 이들 업체를 단죄할 방안을 찾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다단계판매업체가 아닌 전산업체를 조사하거나 압수수색을 할 수도 없어 깊은 고민에 휩싸인 것도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합 측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이 문제의 전산업체와 거래하는 기업에 대해 공제거래계약을 갱신할 때 일정 조건을 부과하는 것이다. 전산자료 제공을 의무화하고 이미 거래하고 있는 업체라면 약정 등을 개정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일부 신생 업체들이 솔깃해 하는 수당 우회지급과 초과지급, 매출 누락 등을 위해 자행하는 전산조작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제조합이 개별 기업에 대해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제재를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전산을 조작하고 감시의 눈을 피해 범죄를 모의할 가능성이 있는 대상이라면 조금 강경해 보이는 조합의 판단이라도 환영할 수밖에 없다.

정상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라면 조합의 메시지가 무엇을 뜻하는지 금방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힌트를 얻고도 똑같은 범죄를 저지른다면 이들은 지능범이 아닌 그저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무식한 범죄자에 불과할 뿐이다.
 

권영오 기자chmargaux@mknews.co.kr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목록으로

포토뉴스 더보기

해외뉴스 더보기

식약신문

사설/칼럼 더보기

다이렉트셀링

만평 더보기

업계동정 더보기

세모다 스튜디오

세모다 스튜디오 이곳을 클릭하면 더 많은 영상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날씨

booked.net
+27
°
C
+27°
+22°
서울특별시
목요일, 10
7일 예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