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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동 보는 남자 (2017-05-12 00:00)

이 글의 제목만 보면 무언가 야릇한 것을 상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기자가 얘기하고자 하는 야동은 야구동영상을 줄인 말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야구를 즐겨보며 자라 지금은 더욱 심취해 있는 나는 보면 볼수록, 알아 가면 알아갈수록 더욱더 야구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 같다.

예전에는 텔레비전 중계방송 또는 야구장을 직접 찾아가야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인터넷의 발달로 지난 경기도 무료로 볼 수 있고 한국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야구의 본고장인 메이저리그 경기도 볼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의 경우 경기가 없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퇴근길에 야동을 보고 또 개인적으로 응원하는 팀이 이긴 경기는 하이라이트 영상을 수차례 돌려보며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응원하는 팀이 아니어도 명승부가 펼쳐진 경기도 꼬박 꼬박 챙겨보고 있다.

야구선수가 꿈은 아니었지만 나름 야구를 즐겨보겠다는 마음에 대학 때부터는 직접 친구들과 아마추어 팀을 꾸려보기도 했다. 그런데 학생신분에 야구라는 스포츠를 즐기기에는 워낙 장비의 가격이 비싸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경기를 치르기 일쑤였다. 모든 장비를 갖고 있었던 체육학과 사무실에 가서 동냥하듯 일부 장비를 빌리기도 했지만 장비는 매번 턱없이 부족했다. 글러브가 없는 야수, 포수 보호대가 없어 가방을 앞으로 둘러메고 최소한의 방어(?)만 했다. 공을 잘 못 맞춰도, 잘 못 던져도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즐겼던 것은 지금도 늘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한국에서의 야구 열정은 본고장 미국에서 더 활활 타올랐다. 지금은 우리나라도 자체 리그를 가질 정도로 많은 사회인 야구단이 생겼고 경기장도 많이 마련되는 등 생활체육으로서의 야구 활성화가 많이 개선되고 발전했지만 야구의 본고장 미국은 20년 전 이미 현재 우리나라의 시설 및 지원보다 앞서 있었다. 각 도시마다 사회인야구 리그가 있었고 각 도시 리그에서 우승한 팀은 전국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나를 비롯해 야구를 좋아하는 한인 유학생들이 하나둘 모여 하나의 팀을 만들고 유니폼과 장비를 하나씩 구입해 팀 등록 및 리그에 참가했다.

당시 나의 포지션은 포수였고 모든 장비를 다 갖추고 경기에 나섰다. 물론 장비의 가격이 한국보다 저렴했기에 가능했던 것도 있지만 한국에선 장비가 없어 파울타구에 여러 번 번식능력(?)을 잃을 뻔한 아픈 경험이 많아 생존과 수컷의 종족번식을 위해 무조건적인 선택이었다. 1주일에 2번 연습을 하고 경기에 출전했지만 성적은 초라했다. 그래도 다민족으로 구성된 사회인 야구 리그를 접했다는 것과 실제 경기를 통해 더 많은 규칙을 알게 된 것에 큰 만족을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야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프로야구의 열기가 뜨거운 나라는 미국, 일본, 한국, 대만 등 4개국으로 꼽히고 있다. 그렇다보니 각 나라별 응원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혀있는데 한국의 응원문화가 단연 최고다. 각 구단 연고지 특색에 맞춘 응원 구호 및 선수별 응원가 등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응원문화가 있다. 최근 야구장을 가면 외국인들도 많은 관전을 오는데 이들이 경기장을 찾는 주된 이유는 대부분 한국의 독특한 응원문화에 흠뻑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야구의 종주국인 미국에는 이러한 문화가 없다. 예전 미국에서 한국인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는 메이저리그 팀의 경기를 관전한 적이 있다. 며칠 전부터 대형 응원 보드판을 준비해 경기장을 찾았지만 입구에서 보드판 반입을 저지당했다. 타인의 관전을 방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급하게 경기장 외부에서 축소판을 만들어 가방에 숨기고 들어가 한국식(?)으로 열정적인 응원을 펼쳤다. 여러 번 경기장 경호팀에 의해 주의를 받고 저지를 당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응원을 펼쳐서인지 경기 중계방송을 했던 FOX Sports의 카메라를 통해 미 전역에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이런 야구사랑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그리고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것을 증명하듯 아들 역시 나와 같은 팀을 응원하며 매일 야동을 즐기고 있다. 2년 전 어린이회원에 가입시켜줬던 것이 계기가 됐는지 응원하는 팀의 모든 선수와 선수별 응원가를 줄줄이 외우고 있을 정도로 야구사랑이 뜨겁다.

지방에 연고지를 두고 있어 자주 직관(직접관전)을 할 수 없지만 주말에 서울에서 경기가 펼쳐질 때는 가급적 야구장을 찾아가려 한다. 평일에는 주로 밤 11시경 함께 야동을 즐기며 감독의 선수 운용 및 작전에 대해 열띤 경기평을 내놓고 있다.

딸은 아직 어려 야구에 대해 잘 모르지만 유니폼 선물을 약속하며 지속적인 리크루팅을 펼치고 있는 만큼 곧 같이 직관하러 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야구라는 개인적인 취미가 아들과 딸에게도 전해져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하나의 가족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꼭 야구가 아니어도 많은 가정에서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우리 가족만의 문화를 만들어 즐기길 기대해 본다.

 

김선호 기자gys_ted@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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