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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원과 타코야끼 (2017-04-28 00:00)

매주 목요일이 되면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타코야끼를 파는 노부부가 있었다. 무엇하나 특별할 것 없지만 한 겨울에도 송골송골 땀을 흘려가며 함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럭저럭 심심하지 않은 맛인데다, 8개에 3,000원이라는 나름 합리적인 가격으로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꽤 소문이 자자했다. 그 매력에 흠뻑 빠져 언젠가부터 매주 타코야끼를 사가는 단골이 됐고, 목요일만 되면 호주머니에 3,000원을 넣고 다니는 습관까지 생겼다.

어느 목요일 자정이 다 돼갈 무렵 그곳을 지나쳤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날은 노점이 열려있지 않았다. 시간이 늦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급기야 그 다음 주에는 노점이 있어야 할 자리에 학습지를 판매하는 상담소가 생겼다.

어찌된 영문인지 궁금했다. 그날은 맞은편의 편의점에서 타코야끼보다는 변변치 못한 캔커피를 한 개 사면서 편의점 주인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누군가 그 노부부를 무허가 노점상이라며 신고를 했고, 결과적으로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철거를 했다고 한다. 편의점을 나와 아무런 생각 없이 주머니 속에 손을 넣자, 캔커피를 사고 남은 잔돈이 유난히 주머니 속에서 짤랑 거렸다.

정직하게 세금을 내며 장사를 하는 상인들과 달리 노부부는 세금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의아한 것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그 노부부를 비난하는 사람은 없었다는 것이다. 많은 이웃들이 그 노부부에 대해 부지런하고 금슬이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자주 들었지만 그 노점이 비위생적이라든가 맛이 좋질 않다든가 하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무조건적으로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부부가 생계로 살았을지도 모르는 노점을 철거해야 할 만큼 주변 상가에 피해를 끼쳤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목전에서 식료품을 판매하는 편의점 주인이 항의했으면 납득이 가겠지만, 오히려 그는 목요일마다 붐볐던 노점상 주변이 지금은 적막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언젠가 서울 중심가에 무허가로 설치된 노점상들을 일시에 강제로 철거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타코야끼 가게의 노부부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었다. 강제철거에 대한 반응이 다양했는데, 혹자는 “당장에 생계가 될 수 있는 수단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하기도 하고, 혹자는 “주변에 있는 상인들은 성실히 세금을 내며 일하는데 그 주변에서 장사를 하는 것은 비도덕적인 범법행위”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노점 철거는 비단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점상들을 변호하고 나섰다. 오히려 그들을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몬 정부를 힐난했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 양상이 두 부류로 갈리기 시작했다. 확실한 건 노점상 철거와 관련된 사람들의 반응은 인간애(人間愛)와 법치주의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문득,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이 떠오른다. 장발장은 빵을 훔치다 옥살이를 한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런데 <레미제라블>을 읽고서 장발장에 대한 연민과 동정을 느끼는 사람은 봤어도, 자베르 경감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법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고, 개개인의 사정을 일일이 살펴가면서 법의 잣대를 댄다면 법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철두철미한 법치주의자 자베르 경감보다 장발장에게 연민을 느꼈던 많은 사람들처럼 법을 지켜야한다는 생각보다는 노부부가 안타깝다는 마음이 앞섰다.

이것은 그저 ‘불법인가’, ‘아닌가’하면서 흑백논리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법에 모순이 있다는 것도 아니고 덕치주의의 필요성을 운운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러한 모순에 대해 오직 법이라는 잣대로만 해결해서도 안 된다는 말이다.

요즘 들어 우리네 세상은 몹시도 각박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정(情)은 사라지고 정의를 가장한 각박한 인간애가 느껴지는 세상이 됐다. 법이 만인에게 평등해야 하는 것처럼 삶을 영위하는 것도 누구에게나 똑같아야 한다. 허기에 굶주려 라면을 훔친 노인에게 일자리를 내어준다면 그 또한 범법행위일까. 노점상이 탈세해 막대한 수익을 얻는다고 주장하며 그들을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앉게 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일까.

어쩌면 우리는 국민 생활의 발전을 위해 걷는 세금의 목적을 망각하고, 단순히 “나도 냈으니까 당신도 내야해”라며 계산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팽배한 이기주의를 대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에는 우리의 마음도 그렇지 않다는 걸 안다.

그저 바쁜 일상과 사투하면서 빚어진 일종의 해프닝에 불과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다. 우리는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고 이해해야 한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도 장발장에 대한 연민을 품었던 것처럼. 

 

두영준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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