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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와 용서 (2017-04-17 00:00)

최근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된 내용이 있다. 최준희 양이 래퍼 스윙스가 과거 자신에게 상처를 준 일에 대한 사과문을 공개적인 SNS상에 올린 것이다.

스윙스는 지난 2010년 발매된 곡 불편한 진실에서 랩을 피처링했다. 스윙스는 랩 가사에 너희는 환희와 준희, 진실이 없어. 그냥 너희들뿐임이라는 가사를 적어 고() 최진실을 모욕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의 자녀인 환희 군과 준희 양에게 상처를 줬다.

당시 논란이 일자 스윙스는 유가족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싸이월드(SNS)에 사과를 했지만, 정작 당사자에게 찾아가지 않았다.

그리고 7년이 지난 뒤 직접 사과를 하고 싶다며 준희 양에게 연락을 보냈다. 스윙스는 준희 양에게 당시에 준희 씨와 환희 씨가 너무 나이가 어려 찾아가서 사과를 하는 것도 오히려 큰 상처일 것 같았어요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최준희 양이 SNS를 통해 사과문을 공개적으로 올린 사건에 대해 사람들은 2가지 반응을 보였다.

진심으로 사과한 스윙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문을 올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며 스윙스를 옹호하는 입장과 사과를 받는 당사자가 받을 마음이 없고, 여전히 불쾌하다면 사과문을 게시한 것이 문제가 되지 않고, 직접 만나는 것 또한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걸 왜 모르냐는 반응으로 나뉘었다. 준희 양은 네티즌들의 반응에 죄송합니다만 예전의 일을 들추는 게 잘못된 건 알지만 상처를 짊어지고 가야하는 것은 저와 오빠다. 다 과거인데 왜 그러시냐는 말이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다. 스윙스 때문에 랩분야 프로그램은 시청하지 않는다고 심정을 밝혔다.

당사자가 아닌 타인이 상처의 깊이를 판단하고, 내린 결론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다. 마음의 상처는 쉽게 낫는 것이 아니다. 하물며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용서되는 문제도 아니다. 우리는 개인의 차이를 인정한다 말하지만 남의 상처에 대해선 여전히 관대하다.

상처의 깊이가 깊을수록 흉터가 남는다. 시간이 지나면 흉터가 옅어질 수는 있겠지만 사라지진 않는다. 마음의 상처도 이와 같다. 시간이 지났다고 사라지지 않으며 끊임없이 마음속에서 상기될 것이다. 보편적인 예시인 트라우마는 극복한다고 하지만 여기서의 극복은 완전히 해결됐다가 아니라 상처의 깊이가 많이 아물었다는 뜻이다.

이번 논란을 보면서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라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영화의 여주인공인 한나는 문맹이었다. 한나는 나치 정권 때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감시자로 고용됐고, 유태인들을 가스실에 가두고 죽인다는 문서에 사인을 했다. 한나는 단순히 감시자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고, 계속해서 일을 진행했다.

시간이 흘러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난 피해자는 당시 수용소에서 겪은 일들을 책으로 출판해 화제를 모았고, 당시 감시자였던 사람들이 재판에 불려졌다. 한나는 그중 한 명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에 의해 주범으로 몰리게 됐다. 한나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문맹이란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문서에 사인을 했냐고 묻는 재판장의 말에 그렇다고 대답했고, 감옥살이를 하게 됐다.

감옥에 들어가서야 글을 배우게 된 한나는 출소하기 며칠 전 문서에 대한 내용을 알게 됐고, 그동안 모아둔 돈을 피해자에게 전달해 달라는 유언장을 남기고 자살했다. 한나를 사랑했던 마이클은 돈을 들고 피해자에게로 찾아가, 한나는 글을 읽을 줄 몰라 유태인을 학살했단 사실을 몰랐다고 대변했다.

그러나 피해자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피해자는 남자의 말을 듣고 사람들이 종종 물어요. 수용소에서 뭘 배웠냐고, 수용소가 요양소도 아니고. 뭐하는 곳 같아요? 대학교? 뭘 배우려고 간 게 아니에요. 용서하란 건가요? 마음의 짐을 덜려고? 감동을 원한다면 영화를 보러 가요. 아님 책을 읽던가. 수용소엔 가지 말아요. 아무것도 얻을 게 없으니까.”라고 대답했다.

피해자의 마음의 상처는 깊었으며, 여전히 피해자를 따라다녔다.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과거에 있었던 일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끝내 피해자는 한나의 돈을 받지 않았고, 마이클을 돌려보냈다. 피해자는 마이클이 돌아간 뒤 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이한 가족들의 사진을 쳐다본다.

이 영화에선 여러 시사점을 보여준다. 유태인이란 이유로 학살을 진행했던 나치정권의 잔혹함, 무지도 죄라는 점, 사과는 일방적인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과는 변명에 지나지 않으며, 당사자에게 더 큰 상처로 남게 된다. 그들은 판단능력이 있는 성인이다. 스스로 선택한 일이므로 신중함이 동반돼야 했으며,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

사과는 시의적절해야 되며, 잘못한 일에 대해 뉘우치고 인정해야 된다. 대상은 명확해야 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과 진심이 담겨져 있어야 된다. 그러나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에 남에게 상처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박혜진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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