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돋보기

전라도다단계 VS 경상도다단계 (2017-04-07 00:00)

‘다단계는 경부선을 타야한다’는 속설이 있다. 아무래도 경상도는 부산과 대구, 울산 등의 광역시가 있고 광역시 승격을 준비하는 창원시가 자리 잡고 있다 보니 광주광역시 하나로 버티는 전라도보다는 사업 여건이 좋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16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경상도의 인구는 1,320여 만 명, 전라도의 인구는 520여 만 명으로 거의 3배 정도 차이가 난다. 그렇기는 해도 다단계판매의 성공 여부가 꼭 인구에 비례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단적인 예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직접판매가 성행하는 나라다.

인구 비례로 본다면 28위에 지나지 않아 대한민국의 다단계 열풍을 단순한 인구수에 대입해 설명하기에는 미진한 부분이 있다. 같은 맥락에서 전라도 사람들이 다단계판매에 무관심(?)한 사실을 두고 인구가 모자라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리기도 어렵다.

모 업체에서 21년 째 사업을 이어오는 경상도 출신의 리더 사업자는 최근 전라도 라인을 키우는 데에 열중하고 있다. 다행히 그의 전라도 라인에서도 다이아몬드 이상의 직급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호남선에서의 폭발도 기대할 만하다고 했다. 그는 21년 동안 전라도를 공략하기 위해 부심했으나 지지부진하다가 이제야 성과가 나타나는 거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전라도에서의 사업방식은 경상도에서와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라도 사람들의 ‘멋’을 이해하지 않고는 사업을 확장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으나 어렴풋이 짐작되고 느껴지는 멋을 발견하기까지 거의 20년이 걸린 셈이다.

전라도 사람들은 경상도 사람들보다 훨씬 더 사교적이며 열려 있다. 음식을 나누고 흥을 나누는 일에 익숙하여 다단계판매의 금과옥조라고 할 수 있는 ‘더치페이’ 문화를 고집하다가는 백전백패라고 한다.

이 사람들은 늘 나누고 즐기며 흥이 나면 걸쭉한 남도소리 한 자락쯤은 뽑을 만큼 선천적으로 예술에 관한 조예도 깊다. 그러므로 다단계판매를 사업으로 접근하거나 강요한다면 백전백패일 확률이 높다. 이들은 특정 업체의 특정 방식의 사업이 아니라 그저 ‘놀이패’처럼 흥겹게 나누고 즐기는 과정을 거쳐서 특정 제품을 소비하는 ‘무리’가 된다는 것이다.

이 리더 판매원은 이처럼 뚜렷한 두 지역의 사업방식을 지형적인 영향에서 찾는다. 전라도는 들이 넓어 식량이 풍족하고, 넓은 갯벌을 통해 풍부한 해산물을 공급받으면서 먹는 것에 대해 그다지 연연해하지 않았다.

반면 경상도는 산이 높고 깊고 넓어서 들에서 얻는 먹을거리가 마땅치 않았고 해안도 밋밋하고 수심이 깊어 바다로부터도 이렇다 할 혜택을 보지 못했다. 이로 인해 생계에 대해 더욱 절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러한 유전자가 다단계판매를 ‘돈이 되는’ 사업으로 받아들이게 했다는 설명이다. 연대하기보다는 독립적이어야 했고 나누기보다는 축적해야 했던 과거가 지금의 경상도다단계의 배경이라는 말이다.

‘희대의 거시기’라고 불리는 주수도나 조희팔이 경상도에서 탄생한 것도 이와 같은 지형적 영향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듯하다. 산으로 둘러싸여 고립된 경상도에서 연대와 후원이 필수적인 다단계판매에 매료되는 이유가 굶주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면, 열려 있는 전라도에서 다단계를 외면하는 것은 비록 진취적이기는 하나 미국적인 개인주의에 바탕을 두도록 강요하는 사업시스템에 대한 거부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개인의 의견을 확대해석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20년이 넘도록 시도한 끝에 찾아낸 ‘전라도를 여는 열쇠’라는 점에서는 판매원 전체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결국 이 리더의 말은 다단계판매 ‘사업’이라는 것이 어마어마한 크기로 성장할 여지는 충분하더라도 굳이 각을 잡아가며 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단계판매와 방문판매를 아우르는 인적판매라는 말 역시 공유와 연대를 통해 확장해간다는 뜻일 테다.

미국에서는 별 볼일 없는 기업이 한국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의 매출을 구가하거나, 일본에서는 가장 멋진 사업 기회라는 업체가 한국에서 죽을 쑤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것은 사업을 전개함에 있어서 해당 지역의 관습과 성향을 고려하여 가장 적절한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사업 방식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태도의 문제이다. 리더라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경험에 따라 고집하는 방식이 있게 마련이지만 그 방식이 언제나 상황에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 경험이 불변의 진리 같은 것이었다면 공연한 곡절을 겪을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전라도와 경상도가 비교대상이 되기는 했어도 이 리더의 말은 백인백색 다양한 사람들의 성향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하느냐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아무려나 이제 전라도를 여는 열쇠를 발견했으니 화려하게 폭발하는 전라도 또한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생긴다.

 

권영오 기자chmargaux@mknews.co.kr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목록으로

포토뉴스 더보기

해외뉴스 더보기

식약신문

사설/칼럼 더보기

다이렉트셀링

만평 더보기

업계동정 더보기

세모다 스튜디오

세모다 스튜디오 이곳을 클릭하면 더 많은 영상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날씨

booked.net
+27
°
C
+27°
+22°
서울특별시
목요일, 10
7일 예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