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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의 가치 (2017-03-24 00:00)

최근 우연히 시사/교양 방송 프로그램에서 생활 속의 작은 독재, ‘미시 파시즘’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토크쇼를 본 적이 있다.

미시 파시즘이란 미시적 집단에서 발생할 수 있는 파시즘을 뜻한다. 다시 말해 미시적 집단은 우리의 일상생활을 의미하고 그 일상 속에 존재하는 작은 독재가 미시 파시즘이다. 이 작은 독재로 많은 사람들이 신체적•심리적인 고통을 겪으면서 사라져야할 잘못된 관행이라고 성토하지만 이미 만연하게 채색된 미시 파시즘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토크쇼에서도 이 미시 파시즘의 폐단에 대해 일갈했다.

미시 파시즘은 나이와 장소를 불문, 우리 생활 속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집단 내의 특정인이 만들어낸 위계와 서열로 각자의 개성과 선택권을 무시당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을 구태여 주말에 불러내 요구한 적도 없는 산행을 떠난다거나, 회식에서 과음을 강요하거나 귀가를 못하게 하는 것도 미시 파시즘 현상 중 한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대학에 갓 입학한 신입생들에게 환영한다는 의미로 ‘사발주’를 마시게 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일부 대학생들이나 직장인들 사이에서 선후배 간에 빚어지고 있는 갈등도 이 미시 파시즘에서 비롯된다. 선배를 마주쳤는데 90도로 인사를 하지 않았다거나, 학교에 화장을 하고 와서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손아랫사람들을 불러모아 ‘군기확립’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명분아래 그들을 괴롭게 한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가 예부터 지금까지 관료주의적 성향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 작은 독재에 일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단 내의 획일적인 일처리가 일의 능률을 떨어트린 것은 물론이거니와 집단 내의 규율과 문화가 늘 정해진 업무처럼 경직돼 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인재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말살되고, 변함없는 규율이 곧 권위주의로 굳어졌다. 일률적인 업무 환경, 변하지 않는 집단의 문화… 이것이 곧 사적인 곳까지 뿌리를 내리게 됐고, 집단의 환경이 곧 나비효과처럼 번지고 번져 이 사회 전체에 스며든 셈이다.

한편으로는 가정, 학교, 직장 등 우리의 모든 일상생활 속에서 미시 파시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어찌 보면 이것은 한 사람의 독단적인 우월주의로 빚어진 과대망상에 지나지 않은가. 불과 몇 안 되는 사람들이 서열을 나누고 위계를 매기는 행동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신음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나눈 그 서열을 곧 자신의 인격으로 받아들인다. 토크쇼에서 나온 말을 빌리자면, 직급이 높은 것은 그 사람의 역할이 더 높은 것이지 인격이 더 높은 것은 아니다.

별개의 이야기지만 우리 업계에도 상위 직급자가 있고 하위 직급자가 있다. 하지만 상위 직급자라고 해서 하위 직급자를 홀대하지는 않는다. 모두가 독립적인 사업자의 위치에 있고 상위 직급자가 하위 직급자의 목표 달성을 하도록 장려해 준다. 상위 사업자나 하위 사업자 모두가 성공하는 것이 그들 집단의 성공과 직결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시스템이 미시 파시즘을 유발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시스템이 가진 빼어난 장점 중 하나란 생각이 든다.

다시 본래의 이야기로 돌아오면, 결국 이 현상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기인한 것이다. 함께 해야 할 동료들을 존중하지 않고 그들의 선택권을 뭉개버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런 집단 안에는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 당장에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롭다.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서는 항상 상위에 위치하고 싶은 작은 독재자에게는 정작 그 위치에서 마땅히 갖춰야 할 책임감이 온 데 간 데 없는 것이다.

지금도 이 같은 악행을 들이대는 작은 독재자들 탓에 이미 우리사회는 오염될 대로 오염되고 말았다. 작은 독재에 취해 인습을 버리지 못하는 그들을 계몽하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미시 파시즘을 겪으면서 피해를 본 사람들부터는 이 지긋지긋한 관행을 버릴 수 있지 않을까?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변한 것은 없다. 미시 파시즘은 생활 속에 병폐로 굳어져 버렸다. 그래서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 소리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누군가는 절실히 깨닫고 사람의 가치를 존중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했으면 한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각각의 집단이 훗날의 자정작용을 기대하면서 이 폐해를 점진적으로 없애는 편이 낫지 않을까?

어느 집단에서나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직급이 낮다고 하여 그들을 괄시해서는 안 된다. 함께해야 할 주변의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물은 물고기 없이 흐르지만, 물고기는 물 없이 흐르지 못한다. 주변에 있는 사람은 물 같은 존재다. 자기 자신은 물고기 같은 존재다. 그러니까 주변의 사람을 살피지 못하면 나 자신은 흐를 수 없다. 더 이상 물도, 물고기도 없는 세상이 돼서는 안 된다.  

 

두영준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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