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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까지만 보는가

  • (2017-03-17 00:00)

다단계란 막연히 불법적인 곳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면접을 보러 왔을 때에도 다단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스치듯 불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한국마케팅신문의 일원으로 발을 담그며 지금은 명확히 정의내릴 수 있지만 몇 달 전만 해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연예인 유세윤은 SNS을 통해 한 가지 실험을 했다고 한다. 방법은 간단했다. 3분 간격을 두고 서로 다른 SNS에 한 곳에는 ‘방송이건 행사건 CF건 피디건 작가건 간에 개코원숭이 좀 그만 시켰으면 좋겠다, 역겹다 정말.’ 다른 곳에는 ‘개코원숭이 유세윤 ^^ 난 이제 가만있어도 원숭이 같아 러블리 롱노우즈 몽키♥히히’라고 올리는 것이었다.

‘같은 웹상이고 같은 사람인데 다른 내용을 썼다고 뭐가 실험일까?’하는 의아함이 들었다. 인터넷은 검색을 통해 쉽게 확인이 가능하기에 다른 SNS라 하더라도 사람들은 금방 알아차릴 것이며 연예인이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유세윤은 “실험에 대한 결과가 하루도 안돼서 나타났다”고 말했다. 각종 인터넷 뉴스에는 ‘유세윤 불만토로’, ‘유세윤 개코원숭이 그만 시켜라. 역겹다.’ 등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기자라는 직업을 갖고 있음에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자극적인 면만을 기사화하기 급급했다. 대중은 연예인이 자극적인 표현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기사에 주목했고 곧 각종 포털 사이트의 메인으로 장식됐다.

처음엔 별생각 없이 읽었던 유세윤의 실험 결과는 나를 사색에 잠기게 했다. 사람은 좋은 글보단 나쁜 글에 관심을 쏟는다는 점과 대중매체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순간이었다.

다단계 업계도 그렇다. 우리는 어릴 때 막연하게 다단계는 나쁘다란 생각을 갖고 산다. 곰곰이 생각하니 어른들의 말과 대중매체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일을 시작하면서 알게 된 조희팔 사건은 다단계라는 단어에 나쁜 이미지가 콱 박히게끔 만든 주범이었다.  그만큼 조희팔 사건은 수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었기 때문이다. 다단계는 외국에서 유입됐기 때문에 한국에는 그와 관련된 법이나 규정이 없었다. 당연한 것이었다. 다단계란 용어 자체가 없었는데 어떻게 법이 있었겠는가.

현재는 유사수신, 불법피라미드, 다단계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만 초기엔 법이 없었기 때문에 같은 걸로 인식됐다. 그러던 와중에 2004년 조희팔 사건이 터졌고, 많은 언론매체는 조희팔 사건이 다단계라고 용어를 오용했다. 대중들은 그걸 믿었고, 자연스럽게 다단계는 불법으로 자리 잡게 됐다.

최근까지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다단계라고 용어를 오용하는 대중매체가 많다. 2017년 개봉예정작인 영화 ‘쇠파리’를 각 언론사에서는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사건을 다룬 작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마스터’란 영화에 다단계란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막았던 (사)한국직접판매협회, 직접판매공제조합,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등 다단계판매업의 단체 3곳의 노고가 수포로 돌아갈 판이다.

다단계에 대한 장점도 많다. 판매원이 곧 손님인 구조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손님의 입장에서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과 만족스러운 부분을 알 수 있어 빠른 피드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빠른 피드백은 품질 향상에 기여하고 이 부분은 더 나아가 기업 이미지에 좋은 영향을 준다. 또한 다단계의 유통과정은 제조회사, 판매회사, 다단계판매원으로 이루어져 매장에 대한 비용이 없다.

매장이 없다는 건 큰 메리트이다. 최근 장사가 잘 되거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번화가는 땅값이 치솟아 결국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매장이 한 두 곳이 아니다. 다단계는 이 비용을 품질 향상 등에 사용함으로써 끊임없는 성장을 일구어 내는 것이다. 다단계 업체는 욕심쟁이가 아니다. 버는 만큼 사회에 환원도 하며, 복지혜택도 좋다.

맹목적으로 다단계가 좋다고 말하는 글이 아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을 듣는 선택적 지각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와 다른 내용은 배척하고, 자극적이고 자신을 뒷받침할 근거만 계속 찾는 것이다.

나쁜 이미지가 박혀버린 다단계는 사람들의 확증편향으로 이미지 회복이 더뎌지고, 꾸준한 용어 오용으로 상처가 아물 날이 없다.

그동안 수없이 다단계의 나쁜 면만을 보았으니, 한 번쯤은 좋은 면목을 보는 시간을 가지는 건 어떨까? 적어도 사람들이 다단계란 용어의 정확한 뜻을 알기 바란다.

 

박혜진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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