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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2017-02-03 00:00)

우리는 스스로 갖는 정의(正義)에 대해 늘 절대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 이 때문에 정의는 한 가지의 사회적 통념으로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약자를 돕고자 하는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는 것처럼 정의에는 공통분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마을버스 안에서 겪었던 일이다. 버스를 타고 서너 개의 정거장을 지나쳤을 쯤 몸이 불편해 보이는 한 승객이 버스에 올랐다. 힘겹게 승차카드를 찍고 착석하는 순간까지 그에게는 일상이지만 가시밭길을 걷는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그 승객은 자신의 행선지에 대해 묻고자 또 다른 승객에게 힘겹게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몇 마디 안 되는 말도 힘겹게 했지만 그 말을 들은 승객은 어떠한 대꾸도, 미동도 없었다.

그때, 버스기사가 돌연 차를 세우더니 그 승객에게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버스기사는 몸이 불편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응당한 것이고, 그들을 무시하는 사람을 자신의 버스에는 태울 수 없으니 당장 내리라고 을러댔다. 아무런 미동도 없던 그 승객이 그제야 눈물을 흘리며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도 말을 하는 것이 불편해 보였다. 그가 했던 말을 온전히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자신이 그 상황에서 어눌한 말투로 대답을 하면 몸이 불편한 승객을 조롱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말을 아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버스에는 침묵이 흘렀다. 그 순간의 적막은 불의에 타오른 버스기사의 정의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었다. 이처럼 누구나 규범적으로 옳다고 여겼던 정의가 반드시 모든 일에 합당한 것만은 아니다. 정의란 상대적이며 반드시 그 가치는 절대적일 수 없다.

문득, 다단계판매업계도 제 나름대로의 정의가 있었기 때문에 3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닐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초창기 다단계판매는 소비자들에게 그리 달가운 존재는 아니었다. 난무하는 불법적인 요소들 속에서 ‘다단계’라는 말이 많은 사람들에게 ‘불법’이라는 편견을 갖게 하기도 했다. 현재는 우공이산이라는 뚝심하나로 무질서했던 시장의 질서가 차츰 정돈되기는 했지만 부정적인 인식이 완전히 제멸된 것은 아니다. 판매원 800만 시대인 현재, 무엇이 부정적 인식을 여전히 들끓게 하는 것일까.

업계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간 이 업계가 여겨온 정의에 대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부정적 인식은 이 업계가 지녀왔던 정의가 알게 모르게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어느 업체 할 것 없이 귀가 닳도록, 현재까지도 공언하는 공통적인 장점이자 그들만의 정의는 ‘돈을 잘 벌 수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회사가 나서서 때로는 판매원들 스스로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면서 또 다른 판매원들을 모집하고 나선다. 이 도돌이표 같은 과정 속에서 빚을 내면서까지 사활을 걸었던 누군가는 그들이 단언했던 대로 되지 않아 앙심을 품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은 무리를 지어 이 업계를 힐난한다. 부정적 인식이 일파만파 퍼진 것은 결국 이 업계가 가지고 있던 정의가 빚어낸 파국인 셈이다.

업계의 관계자들이라면 불법 피라미드가 ‘다단계’로 잘못 불리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한다. 그 이유에 대해 다단계판매는 엄연히 합법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합법이란 말은 사전적의미로 법령이나 규범에 적합하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 피라미드와 구분 지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 이전에 왜 사람들은 다단계와 불법 피라미드를 동일 선상에 두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 다단계와 불법 피라미드를 구별하지 않는 이유는 혹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은 다단계와 불법피라미드가 서로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희망하는 ‘다단계’의 명칭을 바꾼다고 해서 업계의 부정적 인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늘에는 길이 없고 땅속에는 문이 없다. 업계는 이미 하늘로 솟을 수도 없고 땅으로 꺼질 수도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업계가 스스로 매긴 만고불변의 정의를 내려놓지 않는다면 결국 이름을 바꾸더라도 다단계라는 꼬리표는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법은 사람이 법을 지키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법이 사람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다단계판매가 합법이라고 할지언정 법망을 교묘히 벗어나 누군가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친다면 합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업계의 모든 이들은 스스로 갖고 있던 정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매출이 좋기 때문에 좋은 회사고, 매년 매출이 상승하기 때문에 좋은 업계라고 볼 수는 없다. 난무하는 허위•과대광고는 어쩌면 돈에 연연하는 이 업계의 정의가 자초한 악습이기도 하다. 진정 이 업계의 부정적 인식이 환기되고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곳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재력만을 쫓는 미다스의 손이 아닌 진심으로 임직원과 판매원들을 대하고 판매원들은 자신의 매출과 직급달성을 위해서가 아닌 판매원으로서의 역량과 자사의 발전을 위해서 따뜻한 손을 내밀어야 한다.

 

두영준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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