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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가짜가 아니길

  • (2017-01-13 00:00)

대개 사람들은 책임이라는 장벽 앞에서 정체성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령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이런 상황을 목격하곤 합니다. “∼인 것 같다”, “∼것처럼 보인다” 등 누구 하나 본인의 이야기에 장담을 하지 못합니다. 본인의 자아를 잃은 모습이 마치 정처 없이 불모지를 떠도는 민들레 씨를 닮아 있습니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죠. 확신이 없다는 것, 책임을 지기를 꺼려하는 것은 곧 자신이 누구인지를 망각하게 되는 것이고 스스로 자신의 자아를 소분하게 되는 꼴입니다. 저도 어느 순간 개성을 잃었다는 기분이 은연히 들기 시작했고, 언제인지를 더듬어 보니 학교를 다녔던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학교생활이 나쁘다 말할 순 없지만 점차 늘어나는 공부의 양과 집단생활 그리고 교칙이 그 시작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하라는 대로 공부하고, 시험 보는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저만의 시간은 줄어들었고 교칙이란 틀 안에서 남들과 다르면 안 된다는 인식이 머릿속에 박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따르지 않으면 체벌이 따랐기 때문입니다. 물론 교칙이 나쁘다는 말은 아닙니다. 집단에서는 규칙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혼란을 방지할 수 있으며 단체 생활 시에 생기는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영어 수업을 듣다가 <모던 타임즈>란 영화에 대한 지문이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주인공 찰리 채플린은 공장에서 종일 나사못을 조이는 일을 하는데, 매일 반복적인 일로 인해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지문을 읽으면서 매일 남들과 똑같은 옷과 비슷한 머리를 하고 반복되는 학교생활 속에서 자유와 의지를 잃어가는 내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학교에서는 교칙과 동시에 학생의 개성을 살려 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주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강제성만을 요구하는 학교는 학생들에게 이로움뿐만 아니라 해로움까지 준다고 봅니다. 그렇게 학교에 순응하며 자란 저를 돌아보니 졸업하고 나서도 변한 게 없어 보였습니다. 당장 옷을 고를 때에도 남들에 비해 너무 튀진 않는가, 이상하게 보이진 않을까, 심지어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입지라는 생각까지 합니다. 왜 남들을 신경 쓰느라 자유롭지 못할까요. ‘남들처럼만’, ‘왜 남들과 다르니?’라는 문장 안에 나를 가두고 있는 건 아닐까요.

친구와 길거리를 걷다가 남들과 조금은 다르고 머리카락을 튀게 염색한 사람을 보면 시선이 따라갑니다. 그리고 친구에게 말합니다. “저 사람 좀 봐” 모두들 이런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까지 고지식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자신을 남들과 동일하게 만들려고 합니다. 그런 행동들이 자존감과 자신감을 깎아내리고 있는 건 아닐까요.

분명 자기 자신은 남들과 다릅니다. 우리나라에는 ‘한 어미 자식도 오롱이조롱이’란 속담이 있습니다. 각자의 생김새부터 전부 다른데 하물며 보이지 않는 성격이나 품성은 얼마나 다르겠습니까? 무난하다. 평범하다. 평균적으로란 단어가 나쁜 건 아니지만 좋은 것도 아닙니다. 평범하다는 범주 안에 남들을 비교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유화작품을 많이 남긴 화가 중에 한 명인 빈센트 반 고흐는 학교 교과서에 실릴 만큼 유명한 화가입니다. ‘해바라기’,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에’, ‘자화상’, ‘아를르의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 등 유명 작품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한 쪽 귀가 잘려 붕대를 감고 있는 그림인 자화상은 저에게 인상 깊었습니다. 현재 미술 전시회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그는 37세의 젊은 나이로 죽었으며 죽기 전까지 가난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의 개성이 다른 사람들에겐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반 고흐는 가난과 정신병에 시달렸고, 단 한 점의 그림만이 팔렸다고 합니다.

각자 자신을 되돌아보면 남들과 구별되는 면모가 있습니다. 또한, 자신과 남이 다르다는 게 틀린 것이 아니라는 걸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성에 대한 존중이 있을 때 자신의 개성 또한 더 빛날 것입니다. 개성이란 사전적인 의미로는 다른 사람이나 개체와 구별되는 고유의 특성이라고 합니다. 개성은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만이 갖고 있기 때문이죠. 남들과 다르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개성을 숨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유희 시인이 쓴 <함부로 애틋하게>란 시에 인상 깊었던 구절이 있습니다.

「나는 네가 비싸도 좋으니 거짓이 아니기를 바란다」,「나는 네가 싸구려라도 좋으니 가짜가 아니기를 바란다」

반복되는 일상과 과거에 얽매여 자신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어린 시절에는 하고 싶었던 일들을 마음껏 즐겼고 표현했던 그 시절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그 과정 속에서 완성된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고 개성을 가꾸고 발전시켜 드러내기를 희망합니다.

 

 

박혜진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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