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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기 근절해야 재판매가격 지킬 수 있다

  • (2017-01-06 00:00)

재판매가격이란 특정 기업으로부터 구매한 제품에 대해 판매원이 소비자에게 재판매할 때의 가격을 말한다. 전통적인 다단계판매의 경우 회원가에서 약 30% 정도의 마진을 붙여서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지금의 현장에서는 소매마진을 붙여서 판매하는 판매원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지극히 예외적인 한두 업체를 제외하면 소비자가격이라는 것은 유명무실해진 것이 현실이다. 판매하는 상품 자체가 건강식품과 화장품으로 비슷하고, 동일 업체 내에서도 판매원 간의 소비자 쟁탈이 치열해지면서 필연적으로 가격경쟁이 발생하면서 판매원들은 자발적으로 소매마진을 포기하게 된 것이다.

거기에다 사재기를 통해 직급을 얻고 수당을 챙겼던 판매원이 사업을 그만두면서 쌓아 놓았던 제품을 인터넷 오픈마켓 등지에서 헐값으로 판매하면서 가격은 급격하게 무너졌다. 이러한 현상은 판매원으로 하여금 소매마진을 포기한 데 더해 회원가 이하로 판매하도록 압박하는 요인이 됐다. 한국암웨이가 재판매가격을 강제하겠다며 공정거래위원회와의 소송까지 불사했던 것은 이러한 판매원들의 요청에 기반한 것이면서 다단계판매의 어두운 이면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다단계판매에서의 사재기는 기업의 성장을 위한 필요악이다. 짧은 기간에 두드러지게 성장하는 업체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사재기가 바탕이 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더구나 회사 설립 초기부터 몇 십억 원씩의 매출을 기록한다는 것은 사재기가 아니고서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회사는 회사대로 이러한 사재기를 통해서 자본의 안정을 꾀할 수가 있고, 판매원은 판매원대로 고액의 수당을 획득함으로써 사업을 지속하는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모든 유통업자들이 일정 부분은 재고를 확보하듯이 판매원 역시 최저 수준의 재고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순조로운 사업 진행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제 때에 공급하기 위해서도 적정량의 사재기는 불가피하다. 문제는 자신의 판매능력 이상으로 사재기했을 때 발생한다. 현재 오픈마켓 등에 풀리는 제품들이 바로 과도한 사재기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다단계판매에 대해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일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안에 작은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있을지 몰라도 큰돈을 벌 수 있는 일은 없다. 다단계판매라는 것은 피라미드를 쌓듯이 한 단 한 단 소비자를 확보해 가는 일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단숨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짧아도 3년 길게는 10년 이상을 내다보면서 정년이 없는 직업을 가진다는 마음으로 시작하지 않으면 대부분 실패하게 돼 있다.

작은 식당을 열더라도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까지는 적어도 6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다단계판매의 경우에는 일정 부분을 재고를 보유하더라도 손익분기점이라는 말을 적용하기에는 쑥스러운 정도에 불과하다. 사재기를 하지 않는다고 타박하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설령 몇 가지 제품을 미리 구매했다고 해도 두세 달 안에는 소모할 수밖에 없는 생필품이 대부분이다. 단지 수입이 적을 뿐 손해 볼 일은 없는 일을 하면서 굳이 사재기를 하는 것은 판매원의 욕심 때문이다. 굳이 다른 곳에서 원인을 찾자면 사행성 보상플랜을 운용하면서 수백만 원을 초과하는 묶음판매를 유도하는 일부 기업의 탐욕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 바로 가격이 무너지는 현상이다. 고가의 묶음상품을 유지하면서 재판매가격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재기로 인한 이득은 챙기고 자영업자인 판매원의 권리는 제한하겠다는 심보에 불과하다. 가격을 제대로 유지하려는 의지가 있는 기업이라면 애초에 제품의 가격을 합리적으로 유지하고, 묶음판매를 지양하며, 사행성으로 오인될 여지가 있는 보상플랜을 도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제대로 된 기업이라면 멀쩡한 제품이 헐값으로 쏟아져 나오기 전에 판매원을 설득하고 시스템을 보완했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제 돈 주고 산 제품을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내놓겠는가? 21세기에 사용하기에는 쑥스러운 말이지만 경영자와 판매원을 함께 계몽하는 수밖에 없다. 계몽할 것인지 계몽당할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다단계판매의 성패도 함께 달려 있는 중차대한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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