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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서

  • (2016-12-23 00:00)

육아 관련 예능 프로그램을 본 두 아이의 엄마가 하소연을 해왔다. 이 프로그램은 아내의 도움을 받지 않고 아이들을 돌보는 연예인 아빠들의 육아 모습을 담고 있다. 대부분은 그저 연예인들의 소소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가벼이 웃어넘긴다.

그러나 의아하게도 두 아이를 둔 그 엄마는 이 프로그램을 보고 현실과의 괴리감을 느끼게 됐다고 했다. 이유인즉슨 TV속에 나오는 육아용품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TV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육아용품이었고, 아이를 돌보는 부모로서 단순히 흥미를 자극하기 보다는 “저걸 내 아이가 쓰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앞선 것이다.

겉으로도 번쩍번쩍한 육아 용품들의 가격을 알아보니 적게는 수십만 원, 심지어 한 유모차는 200만 원을 호가한다고 했다. 자신의 아이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이야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겠지만 막상 구입하려니 자신의 가계형편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값비싼 용품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연예인들의 모습과 자신의 모습을 비교해보니 회의감마저 든다고 했다.

물론, 단지 값이 비싸기 때문에 사지 않는 것이지 자식에게 아무것도 못해주는 것은 아니다. 연예인들이 허투루 돈을 쓴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누구나 적절한 수입에 따라 적절하게 소비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이(부모의 마음을 어떻게 헤아리겠냐마는) 일면식도 없는 생판 남의 인생에 자신의 삶을 굳이 투영하면서까지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얼마 전 극사실주의 화가 정중원 씨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실재하는 현실을 뒷전에 두고 가상 세계가 우선시되고 있는 현 세태에 대해 일침을 가한 적이 있다. 사실 극사실주의라는 것이 사진을 보고 그것을 명확히 묘사하는 것인데 그 분야에 있는 화가가 가상 세계를 지탄한다는 것에서 이목을 끌었다.

그의 주장은 SNS생활이 우리 삶 전반에 영향을 끼치면서 요즘은 어디까지가 가상 세계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그 경계의 구분이 모호해졌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예전에는 우리가 우연치 않게 맛집이나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갔을 때 그 순간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 SNS에 글을 올렸다면, 지금은 SNS에 글을 올리기 위해 맛집과 분위기 좋은 카페를 일부러 찾아다니고 있다. 결국 현실과 가상의 순서가 뒤바뀌어 가상 세계가 마치 현실인 것처럼 우선시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SNS의 게시물들을 본 사람들이 전말은 생각지도 않고 “남들은 저렇게 즐거운데 나만 이렇게 불행 하구나”하는 섣부른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가상과 현실이 역전된 것도 모자라 이를 본 애먼 사람들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는 셈이다.      

또한 정중원 화가는 “곰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곰으로 살다가 죽는다. 왜 오직 인간만이 내가 아닌 누군가를 흉내 내기 위해서 살다가 죽을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타인의 삶 속에 꾸역꾸역 실재하는 자신의 모습을 우겨넣고 불행을 자처하는 이들에게 가장 적합한 물음이기도 하다.

TV속에 나오는 연예인들이 단순히 돈이 많아 보인다는 것, SNS에 올라오는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만 보이는 것, 이것들은 현실 세계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단편적인 부분으로 그들의 삶이 가상 세계를 통해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그들이 보는 세상이 사실이라면 인생이란 게 그토록 간단명료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도 든다.

흔히 성공했다고 불리는 사람들도 힘든 일이 있고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좌절할 때도 있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전부 알지 못할 뿐이다. 누군가 산 정상에 올라 동틀 녘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전시했다. 이를 본 대개의 사람들은 수려한 절경에 감탄하지, 정상에 오르느라 힘들었다거나 동이 틀 무렵까지 기다리는 것이 고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지 않은가.

한 해가 지나고 새로운 신년을 맞았다. 지난해 공사다망하면서도 누군가는 목표한 바를 이루기도 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답답하기도 했을 것이다.

이룬 것이 있다면 좋은 것이고 그렇지 못한들 어떻겠는가. 조급해 할 필요도 없다. 새해가 왔다는 것은 그저 어제와 오늘의 차이일 뿐이다. 시간의 굴레에 얽매여 스스로를 속박할 필요도 없다.

고기 보고 기뻐만 말고 가서 그물을 뜨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목표한 바가 있으면 그 일을 이루기 위해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인생에서 자신의 삶이 초라하다거나 비극적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남의 고기를 보고 자신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것밖에 안되는 꼴이다. ‘나’라는 것은 그 어떤 누구로도 형용할 수 없는 세계에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더 이상 남의 고기에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자신의 그물을 떠야할 때가 아닐까.

 

두영준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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