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2016년도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올 한해 다들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맑은 날도 있었고, 흐린 날도 있었을 겁니다.

얼마 전 우연히 1년 전 쓴 제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일상에서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책 소개를 하는 글이었습니다. 글 속에는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없어 지하철 문 앞에서 버티고 서서 출근해야 했던 1년 전 어느 날의 아침 풍경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몇 대를 보내고 겨우 탄 지하철 안 사람들은 플랫폼에 멈출 때마다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마냥 한 쪽으로 심하게 쏠렸고 그 속에서 저 역시 함께 흔들렸습니다.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한 번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아 차창에 두 손을 대고 버티고 서 있었습니다.

계속 미이는 사람들 때문에 숨 쉬기가 어려워 고개를 드니 어둠 속을 달리는 지하철 차창에 다른 사람들의 얼굴이 비췄습니다. 그들의 얼굴에서,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사람들의 얼굴 속에서도 쉽지 않았을 어제와 현재가 느껴졌습니다. 살면서 쉬운 날이 없다고 여기는 건 나뿐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분명 1년 전 글인데 오늘 아침 풍경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문득 아마 1년 후에도, 2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25평짜리 아파트가 60평이 되거나, 50만 원 들어있던 통장 잔고가 500억 원이 되지는 않을 테니까요.

살면서 쉬운 날은 없지만 이런 상황들을 바꿀 유일한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이지요. 식상한 이야기라고 하겠지만 사람들이 자꾸 긍정의 힘을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일례로 1993년 정형외과 의사인 모즐리 박사는 무릎 관절염 수술에 대한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관절염 수술 대상자 180명을 두 집단으로 나눈 후 한쪽은 정상적인 수술을 실시하고, 한쪽은 수술 흉터만 남는 가짜 수술을 실시한 것입니다.

2년 후, 수술 경과를 비교한 두 집단의 실험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진짜 수술을 받은 집단은 물론 가짜 수술을 받은 집단도 정상적인 무릎 상태를 회복했기 때문입니다. 나을 거라는 기대와 믿음이 수술 받지 않은 환자들까지 치료한 것입니다. 일명 플라시보 효과라고 하지요.

긍정의 힘이 발휘되는 플라시보 효과는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있어서도 적용됩니다. 누구나 자신의 통제 아래 삶이 이루어지질 수 있도록 주도권을 확보하고 싶어 합니다. 자신이 원하고 기대하는 방향으로 삶을 끌어가고 싶은 거지요.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쉽사리 우리의 기대처럼 흘러가지 않습니다. 기대와 현실의 괴리 속에 실망하게 되고 좌절하게 되고 상처받게 됩니다. 하지만 삶의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건 비단 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박광수의 책 <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인간의 삶에서 해탈을 했다는 부처마저도 삶은 고난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비슷한 삶을 짊어지고 어떤 이는 견디면서 살고 어떤 이는 즐기면서 산다. 즐길 것인지, 견딜 것인지 모든 것은 각자의 몫이다」

길에 스쳐지나가는 사람들도 대부분의 비슷한 삶을 짊어지고 살아갑니다. 인간의 삶에서 해탈했다는 부처조차 삶은 고난의 연속이라고 했습니다. 크고 작은 문제들은 사는 동안 끊임없이 있을 겁니다. 그럴 때마다 좌절하고 낙담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보다 긍정의 힘으로 버티어 내길 바랍니다. 어떤 일이든 언젠가는 끝이 있기 마련입니다. 물론 다음 시련이 또 기다리고 있겠지만.

2017년 새해가 오기까지 아직 한 달의 시간이 남았으니 올 한해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더불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박 대통령도 민심의 소리에 귀 기울여 마지막이라도 스스로 올바른 판단을 해서 잘 마무리 지어주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