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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위에서 달리는 말, 썰매 (2016-11-18 00:00)

본업이 기자이다 보니 기사를 작성하거나 자료를 참고할 때 무수히 많은 단어를 사용하고 접하게 됩니다. 많은 단어를 접하고 매일 기사를 쓰는 기자라고 해서 모든 단어를 다 알지는 못합니다. 아직도 뜻을 잘 모르고 사용하는 단어도 수두룩하고 생소한 단어를 접하면 사전을 찾아 하나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또한 흔히 사용하는 단어이지만 어원을 알아가면서 새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간 제가 알게 된 단어들의 재미난 어원에 대해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우선 날씨가 쌀쌀해지고 곧 겨울이 다가와 겨울과 관련이 깊은(?) ‘썰매’의 어원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겨울이 되면 썰매를 타고 놀던 생각이 나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지금은 시골의 깊은 산촌에나 가야 어쩌다 발견하는 것이어서 ‘썰매’를 구경도 못한 아이들이 꽤나 있을 것입니다. 일단 ‘썰매’는 한자어입니다. ‘설마(雪馬)’의 음이 변화한 것입니다. ‘눈 위에서 달리는 말’이란 뜻인데 우리 선조들이 슬기롭게 이름을 붙인 것 같습니다.


다음은 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전쟁을 겪은 어르신들은 ‘따발총’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구 소련식 기관단총이죠. 이것을 보통 ‘다발총(多: 많을 다, 發: 쏠 발, 銃: 총 총)’이라고 해석해서 한자어인 줄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예전 국어사전에도 그렇게 기록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사람 말은 따발총 같아’라고 말해 마치 속사포를 일컫는 것으로 이해해 지금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다. 따발총의 탄창은 마치 ‘또아리(물동이 등을 머리에 일 때에 머리 위에 얹도록 만든, 짚으로 둥글게 틀어서 만든 물건)’처럼 생겼습니다. 이 또아리를 함경도 방언에서 ‘따발’이라고 합니다. 함경도에서 구 소련식 기관단총에 또아리와 같은 것이 달렸다고 해서 이 총을 그 방언에 따라 ‘따발총’이라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따발’이 한자의 ‘다발’과 비슷해 ‘다발총’으로 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연말이 되면 각종 모임과 회식, 망년회 등으로 평소보다 술을 많이 마시게 됩니다. 사람이 술을 많이 마셔서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우리는 ‘고주망태’라는 말을 흔히 쓰죠. ‘고주망태가 되도록 퍼마셨다’라면서요. 그렇다면 고주망태는 어디에서 온 말일까요? ‘고주’를 ‘苦: 쓸 고, 酒: 술 주’라고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고주’는 쓴 술, 또는 독한 술이란 뜻을 가진 한자어가 아닙니다. 고유어입니다. 원래는 ‘고자(아래 아)’ 또는 ‘고조’라고도 썼는데, 그 뜻은 누룩이 섞인 술을 뜨는 그릇을 말합니다. ‘망태’는 ‘망태기’와 같은 것으로 무엇을 담는 그릇을 말하기도 하고, 전혀 쓸모없이 되어버린 상태를 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고주망태’란 술통을 통째로 마신 것처럼 술에 곤드레만드레 취해 정신을 못차리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흔히 쓰는 외래어의 유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영어를 빌어온 단어 중에서 우리가 늘 쓰는 것 중에 ‘깡패’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폭력을 쓰면서 못된 짓을 하는 사람들을 말하죠. 그런데 ‘깡패’에 대해서는 대체로 두 가지 어원설이 있습니다. 하나는 해방 뒤에 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되고, 이들의 통조림통인 ‘can’에다가 한자어인 ‘통’을 붙인 ‘깡통’을 거지들이 이용하면서, 못된 짓을 하는 ‘거지패’들을 ‘깡패’라고 했다는 설입니다. 또 하나는 영어의 ‘gang’, 즉 ‘깽’을 일본에서 ‘걍구’라고 했는데, 이것이 국어에 들어와서 ‘패거리’의 ‘패’를 붙여서 이들을 ‘깡패’라고 했다는 설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설이 좀 더 그럴 듯합니다. 왜냐하면 ‘깡으로(억지스럽게)’ 등의 단어가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날씨가 쌀쌀해지니 많은 사람들이 내의(내복)를 입기 시작하는데, 흔히 내의를 ‘메리야스’라고 합니다. 그런데 메리야스는 본래 ‘내의’의 상표 이름이었습니다. 스웨덴에서 온 ‘medias(한 켤레의 양말이란 뜻)’란 상표가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내의’란 뜻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습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분들이 가끔 ‘클랙션(경적)’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 ‘클랙션’이라는 말도 이 기계를 만든 제조회사 Klaxon에서 나온 상표 이름으로부터 유래된 것입니다. 또, 음식에 섞어서 먹는 ‘마요네즈’를 다들 알고 있을 텐데요. 마요네즈는 스페인의 항구도시 ‘마욘’에서 나온 말입니다. 이 지방에서 나는 특산품이 바로 마요네즈입니다.

 

김선호 기자gys_ted@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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