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돋보기

관악산 정상에서 (2016-11-11 00:00)

입동을 삼일 앞둔 114, 우리 한국마케팅신문은 경기도 과천의 관악산으로 워크숍을 다녀오게 됐다. 어지러운 시국에 국민들의 눈과 귀로서 정론지의 의무를 다시 한 번 되새기자는 뜻에서였다.


관악산은 서울 근교에 위치해 자연의 방벽을 이루고 있는 수려한 경치 속에 수많은 등산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워크숍 당일에도 무르익은 단풍 소식을 접하고 수많은 등산객들이 산에 오르고 있었다.


관악산은 산 정상부가 바위로 이루어져 있고 그 모습이 갓을 쓰고 있는 모습을 닮아 관악산(冠岳山)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예로부터 개성의 송악산, 파주의 감악산, 포천의 운악산, 가평의 화악산과 더불어 경기 5(五岳)에 속했던 산이기도 하다.

이름에 걸맞게 멀리서 바라봐도 능선마다 바위가 많고 큰 봉우리들이 연결된 것이 웅장한 산세를 이루고 있어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한편으로는 멀리서 보이는 웅숭깊은 계곡들이 관악산의 산세가 얼마나 험한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실제로 등반 코스의 길이는 비교적 짧은 편이지만 돌길이 많고 험상궂은 바위가 많아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관악산의 최고봉인 연주봉(629m) 절벽 위에는 연주대가 자리하고 있고, 그곳에서 얼마 되지 않는 곳에 연주암이라는 사찰이 있다. 연주암 곳곳에는 색색의 연등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와서인지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몹시 싸늘한 날씨 속에서도 포근한 기분이 들었던 것은 그들의 간절한 모성애 때문일지도 모른다.

연주암에 도착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오갔던 사사로운 이야기들이 유난히 더 끈끈하게 느껴졌다. 워크숍의 취지를 분명히 하는 푸념 섞인 이야기들이 오가기도 했다. 난세속의 메아리랄까, 많은 대화중에서 열심히 하자는 간결한 말이 그날따라 마음에 와 닿았다.


대화가 마무리되자 이윽고 관악산의 정상에 올라 장엄한 관악산의 절경을 한 눈에 담았다. 연주암에서 연주봉까지 꽤 오랜 시간 걸어왔다고 생각했지만 연주암이 발 밑동에 닿을 듯 말 듯 가깝게 느껴졌다.

산 어귀까지 시선을 더듬어 보니 주황빛으로 응어리진 팥배나무의 열매들이 절정에 달한 단풍에 스며들어 유난히 알록달록한 모습을 띠고 있었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고 했던가. 가을의 묘미는 역시 단풍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았다. 심지어 짙은 안개 속에서도 도심의 풍경이 보이기도 해 한달음에 달려가 이곳의 소식을 전하고 싶었다.

문득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존 키팅 선생의 대사가 떠올랐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 그는 교탁에 올라가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등산은 정상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한 체력을 소모한다. 그럼에도 꾸준히 산을 찾는 이유는 존 키팅 선생의 말처럼 등산의 진정한 묘미도 올라온 길의 자취를 곱씹으며 산 초입에서 봤던 것들이 정상에서는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거기다 산들산들한 바람을 맞으며 황홀한 시간을 보내는 것과 고요함 속에서 여러 가지 잡스러운 생각을 잊게 하는 것도 매력 중에 하나일 것이다.

하산할 쯤이 되자, 그제야 날씨가 춥다는 것을 눈치 챘는지 다들 코트 자락을 여미기 시작했다. 산을 오를 때와는 다르게 하산을 시작하니 무더기로 떨어진 낙엽들 사이로 구절초나 산국 따위로 보이는 야생화를 보기도 했다. 간혹 등산에 도가 튼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산에 가면 지천으로 널린 게 야생화다라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변덕스러운 계절 탓일지도 모르지만, 그들이 얼마나 고즈넉하게 산의 정취를 담아냈을지 짐작이 갔다.

여러 가지 이유로 오늘 관악산에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산풍월이 따로 없는 관악산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한 오늘이 굉장히 의미 있는 추억이 됐다. 비록 자주 있는 시간은 아니겠지만 당분간 여운이 서려 있어 향기로운 날들을 보낼 것 같다.
 

두영준 기자mknews@mknews.co.kr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목록으로

포토뉴스 더보기

해외뉴스 더보기

식약신문

사설/칼럼 더보기

다이렉트셀링

만평 더보기

업계동정 더보기

세모다 스튜디오

세모다 스튜디오 이곳을 클릭하면 더 많은 영상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날씨

booked.net
+27
°
C
+27°
+22°
서울특별시
목요일, 10
7일 예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