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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지

  • (2016-10-14 00:00)

지난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고개를 숙이고 몸을 웅크린 채 목적지를 향해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하다가 불쑥 손 하나가 앞을 가로막았다. 그 손에는 전단지 한 장이 들려있었다. 무심결에, 전단지를 건넨 이가 노인이었고, 너무 추운 날씨였기에 받아들었다.

 “감사합니다” 들릴 듯 말듯 한 목소리로 노인은 말했다. 전단지를 손에 쥐고 노인을 뒤로 한 채 걸으면서 마음이 울컥했다. 그 때 그 순간이 너무 강렬해 계절이 지나 다시 겨울이 오는 이때까지도 기억에 남아있다.

추운 겨울에 몸도 불편한 노인네가 몇 푼 벌어보자고 오도카니 칼바람 맞아 가며 전단지를 몇 시간째 나눠주고 있는 그 모습이 안타까워 울컥했던 것이 아니다. 진심이 느껴져서 였다.

‘감.사.합.니.다’ 그 다섯음절 속에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는 그 마음이 전해졌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진심을 담아 감사하다는 말을 들어본 게 언제였던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미 그 이전에 그 표현은 숱하게 듣고, 숱하게 말하며 지내왔다. 식당에서 밥값을 계산할 때나 콜센터에 전화해서 문의하거나 요청할 것이 있어 어디론가 연락을 하고 끊을 때라든가.

전단지 한 장 받아준 것이 그렇게나 고마운 일일까 싶지만 건넨 사람 입장에서는 거절하지 않고 받아준 것이 고마웠을 거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바쁘게 지나가는 무작위의 사람들에게 불쑥불쑥 손을 내밀어 전단지를 받아달라고 하는 것.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니 별거 아닌 일 같아도 용기가 필요한 일 같다. 그리고 거절당하는 것에도 익숙해져야 하는 일 같다. 하지만 거절당하는 것에 쉽게 익숙해질 수 있을까?

업계 관계자들 중에 회사 직원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사업자들 중에 성공해서 부귀영화를 누리는 사람들을 직접 보지만 막상 사업을 하라고 하면 못하겠다는 것이다. 다단계 사업을 권유하는 일도 어렵고, 차갑게 거절당했을 때 겪어야 하는 기분도 못 견딜 것 같아서다.

실제로 사업자들은 차가운 거절로 인해 인간관계가 달라진다고 이야기했다. 마음을 나누며 아무리 친했던 사람이라도 다단계라는 말만으로 연락을 끊어버리고 피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위한다는 이유로 정신 차리고 빨리 빠져나오라고 일단 말리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가장 힘든 일은 믿었던 사람의 매몰찬 거절이다. 

업계 관계자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는 이야기 중에 한 친구 이야기를 했다. 그 친구는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온 사이로 커서도 자주 연락하고, 모임에 함께했다. 어느 날 그 친구가 다단계 사업을 시작한다고 말했고, 마음을 나누는 가까운 친구였기에 물건을 사달라고 부탁하면 구매해 줄 의향도 있었다. 하지만 사업설명회까지는 차마 가고 싶지 않았기에 거절했다. 그 친구는 사업을 하기로 결정하든 안 하든 사업설명회는 한 번 듣고 결정 해주길 바랬는지 무척 서운해 했다고 한다. 이후 두 사람은 소원해졌다. 더는 연락 하고 지내지 않았고, 모임에도 더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연락이 끊긴지 10년이 지났다고 했다. 그 10년 사이 사업설명회를 거절했던 친구는 다단계 회사의 중역으로 일하고 있다. 업계에 대해 잘 알게 되었고, 그 친구가 떠올라 다시 연락했지만 마음이 상한 친구는 답이 없다고 한다.

이런 에피소드는 사실 업계에 비일비재하다. 거의 모든 다단계 사업자들이 겪는 일이다. 가끔 성공에 집착하는 사업자들을 바라보며 도대체 누굴 위한 성공인지, 왜 저렇게 성공에 갈구하는지 궁금한 적이 있었다. 다단계를 한다고 외면하고 피하는 사람들에게, 분명히 패가망신할 거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건 결국 겉으로 보여 지는 모습이기에 당당하게 고급 승용차를 몰고, 번듯한 정장을 입고 그들 앞에 서고 싶은 마음에 성공을 강렬하게 원했던 것은 아닐까.

처음에는 좀 더 여유 있는 삶을 위해 돈을 벌고 싶어 사업을 시작했지만, 겪어야 했던 수모 아닌 수모와 서운함에 자신의 성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성공에 집착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거절에 익숙해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매번 다시 딛고 일어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업자든 회사 직원이든 타당하지 않은 거절에 상처받지 않고, 어깨 펴고 일하길 바란다.


정경인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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