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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의 한(恨) (2016-09-30 00:00)

마른하늘에서 갑자기 100억 원이 “뚝” 떨어진다면, 그리고 그 거액의 돈이 자신의 수중에 들어간다면 무얼 할 수 있을까?


액수만으로 여러 가지의 그림이 그려진다. 누군가는 밀렸던 학자금 대출을 갚고, 누군가는 10년 넘도록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주택 대출금을 갚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구는 맥없이 떨어져 나갔던 지붕의 기왓장을 새로 얹기도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것들은 모두 100억 원으로 실현가능한 일들이다.


그런데 100억, 1,000억 원이 있어도 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일도 있다.


누군가 무심코 꺾었던, 이제 막 꽃봉오리가 맺힌 코스모스는 무턱대고 돈을 준다고 해서 개화하는 것도, 꽃망울이 다시 되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말라비틀어져 빳빳해진 코스모스만이 남게 될 뿐이다. 만발하는 순간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망울만 겨우 맺힌 코스모스들이 아무런 사연도 듣지 못한 채로 말이다. 심지어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불모지일지도 모를 알 수 없는 그 어딘가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그들이 빼앗긴 것은 머무르고 있던 들뿐만이 아니라 더 이상 오지 않는 봄이다. 지금에 와서야 이들에게 100억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세상은 돈으로 할 수 있는 일과 돈으로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그래서 돈은 기고한 물건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애석하게도 세상은 온통 그놈의 돈에서 비롯된 갈등과 사건 사고 등의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세상은 단순하다. 돈을 주는 사람과 돈을 받는 사람, 모두 돈을 벌기 위해 살아간다. 뚜렷한 목적 없이 오로지 돈을 쫓는 이들이 많아졌고, 방대했던 지난날의 꿈은 뒤안길로 사라진지 오래다. 참으로 아이러니 한 일이다. 돈을 만들어 낸 것은 사람인데 돈에 지배당하고 있으니 말이다.


흔히 최고의 마약은 권력과 재물이라고 말한다. 사람은 권력과 돈의 맛에 들기 시작하면 끝없이 그것들을 추구한다. 그러다 결국 그것으로부터 헤어 나오지 못한 자들이 탐욕으로부터 온 이기심으로 다른 사람을 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법을 교묘히 피하거나 심지어 법을 이용해서 말이다.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행사할 수 있는 민주주의 사회인 오늘의 세상은 어쩌다 이토록 피폐해진 것일까?


은연중에 우리를 위해 살겠다던 그들의 약속이 미세한 음성으로 귓가에 맴돈다. 그러나 비통하게도 고독한 암실 속에서 317일간 외쳤던 그의 외마디 비명도, 배상금적 치유금이라는 터무니없는 그들만의 외교담판도, 보이콧을 선언한 것도, 단식투쟁인지 투정인지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응석도 모두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무릇, 한 집단의 우두머리는 그 집단이나 자신의 언행에 있어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우두머리는 곧 으뜸이고 으뜸은 곧 기본이나 근본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사(政事)를 돌보는 사람도, 그들을 비판의 잣대로 살피는 이들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결국 지금과 같은 우리의 세상은 무책임한 언행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초지일관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태도로 나라를 도태기로 몰아넣는다면 그들이 지탄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구성원도 마찬가지로 마땅히 다해야 할 책임을 외면한다면 그 또한 황폐한 결말로 맺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어쩌면 지금 겪고 있는 풍파는 우리가 못다 한 민주주의의 권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먹고 살기위해 먹지 않는 투쟁을 한다. 그런데 누군가는 단식을 하며 투정을 부린다.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이상향은 조소(嘲笑)를 머금게 할 뿐이다.


문득 『도덕경』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民之难治 以其上之有为 是以难治(민지난치 이기상지유의 시이난치)’, ‘백성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백성들을 억지로 다스리려고 하기 때문이다’라는 뜻이다. 개탄스러운 오늘날의 형국에 가장 적절한 말이기도 하다.


백성을 헤아릴 수 없으면 그들을 다스릴 수 없고, 그들을 다스릴 수 없으면 정치라고 할 수 없다. 정치라 할 수 없음은 나라의 으뜸이라 할 수 없음이요, 으뜸이라 할 수 없음은 그들을 헤아릴 수 있는 자격이 없는 것이다. 백성이 먹고 살기 힘든 것은 하늘이 모든 것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다스리는 자가 모든 것을 가지려하기 때문이다. 



두영준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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