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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두드린 신문고 (2016-09-02 00:00)

음력 8월 15일인 민족 대명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난해 추석이 주말과 맞물리면서 수많은 직장인들이 음복을 하다가 눈물을 쏟아 냈다는 비화를 접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도 올해 추석은 목요일이네요.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총 5일간의 황금연휴가 우리 곁으로 한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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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길거리에는 추석 냄새가 납니다. 그 냄새에는 송편 빚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쭈글쭈글 개양귀비 같은 할머니의 손과 개양귀비처럼 살지 않을 것이라던 장미 같은 어머니의 손, 당신들의 손놀림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제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추석은 가족과의 약속입니다. 한날한시에 모여 풍습에 따라 조상에 대한 예를 갖추고, 다양한 놀이도 즐기기도 하죠. 추석 분위기가 날 정도의 관례가 끝나면 한데 모여 그간 친인척간에 못했던 이야기들도 주고받죠.


그런데 추석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고부갈등, 장서갈등의 사람간의 관계의 문제를 차치하고서도 제가 모르는 또 다른 갈등이 있는 모양입니다.

 

문득 ‘제페토’라는 댓글 시인이 떠오릅니다. 그는 2010년 충남의 한 철강업체에서 발생한 29세 청년의 추락사 뉴스보도에 그 상황을 빗댄 시 한편으로 댓글을 달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그는 주로 만사의 애화를 시로 표현했는데 풍선을 위로하는 바늘의 손길처럼, 모서리를 둥글게 깎는 목수의 마음처럼 세상을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건물 외벽을 청소하던 중년 가장의 추락사, 무명 시나리오 작가의 안타까운 죽음, 아이에게 먹일 체리를 훔쳤다가 체포된 가난한 엄마, 임금을 체불당한 일용직 노동자의 무력한 고공시위…지강헌이 이야기 했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더 이상 뉴스거리로는 진부하기 까지 합니다. 우리사회는 이미 그러한 풍조가 만연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죠.

하루에도 수십 번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별의별 일들이 다 있구나’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까이에 있는 우리의 삶을, 다가올 추석을 머릿속에 끼적여 보면 많은 생각이 필요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짐작컨대 제페토라는 시인도 각박한 우리네 세상을 위로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도 답답한 심정으로 우리와는 다른 매개체로 통한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어떤 사람들은 비극은 예전부터 성행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매스컴의 발달로 우리에게 빈번히 알려지는 것뿐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 대전의 한 택시기사가 심정지로 사망했다는 비보를 접했습니다. 비통한 것은 택시기사가 심정지로 의식을 잃었을 당시 그 택시에 탑승해 있던 승객들이 그 사실을 알고도 트렁크에 있던 그들의 골프가방만 챙긴 뒤 현장을 떠났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들은 공항의 비행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급하게 다른 택시로 갈아탄 뒤 현장을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그들은 4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에 신고를 했고, 택시에서 내렸던 시각이 출근 시간대라 다른 누군가 신고를 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들은 현행법상 무죄입니다. 저는 그들이 법적으로 처벌받는 것이 온당한 처사라고 생각하지만 처벌을 생각하기 이전에 그들의 행동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예전부터 수없이 많은 범죄가 일어났다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의 추악함과 잔인함이 드러나는 행위들이 “예전부터 그랬으니까”하면서 무마되는 것이 너무나 슬픕니다.

우리는 사람을 소중히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비즈니스라는 허울로 억지웃음을 내짓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택시기사를 냉랭한 죽음으로 내몰고 간 그 승객들도 전화기 버튼보다 무거운 골프가방에서 골프채를 꺼내 여느 날과 다름없이 비즈니스를 했을 겁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붉은 꽃은 열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여러분이 추구하는 부와 권력, 그것이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진부하지만 진리인 것을 망각한 체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주위에 있는 가족과 주변사람들을 사랑하고 소중히 해야 합니다. 사랑을 주어야 사랑을 받을 수 있고 베풀 줄 알아야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누구나 아는 ‘뻔한’ 이야기지만 모두가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제페토의 글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시집에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두영준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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