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판매 사업을 통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판매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방식의 판매네트워크를 구성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한 회사에서도 돈을 벌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복수의 회사에 가입해 돈을 벌겠다는 발상이 가당키나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다단계판매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누누이 강조하는 말이 ‘집중’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완전한 역발상이다.

사실 역발상이라는 것은 정체된 현실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시도이기는 하다. 역발상을 통해 역전의 기회를 잡은 사례도 적지 않고, 일반인이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출구를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수의 다단계판매 기업에서 동시에 판매원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소위 말하는 전대미문이다. 지금까지 들어 본 적이 없다.

그것이 불가능한 것은 무엇보다 다단계판매업을 통해 유통할 수 있는 제품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우리가 유통하는 제품의 8할은 화장품과 건강식품이다. 웬만큼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오늘 아침에는 이 회사 제품을, 저녁에는 저 회사 제품을, 그리고 내일 아침에는 또 다른 회사 제품, 내일 저녁에는 또 또 다른 회사 제품을 바르고 먹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형편이 된다고 해도 사람이 먹고 바르는 총량에는 한계가 있고 갖가지 제품을 무분별하게 이용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도 없지 않다.

두 번째로는 소비 또는 판매를 목적으로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매출을 친다’는 개념으로 돈을 ‘투자’하다보면 필연적으로 피해자가 발생하게 된다. 실제로 이들은 제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설명하지 않고 오로지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과대 과장 허위 광고를 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소비라는 개념은 아예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매출과 수당이라는 개념밖에 없다. 다단계판매뿐만 아니라 모든 상행위의 최상위에는 소비자가 자리해야 하지만 이들의 최상위에는 돈이 있을 뿐이다.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인 것이다.

세 번째는 이들 조직이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판매촉진 행위는 현행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자체적인 시상이나 금전적, 경제적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불법 다단계판매조직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직을 구성한 판매원은 부인하지만 냉엄한 눈으로 보자면 이들은 이미 불법적으로 조직된 다단계판매업자로 비치는 정황들이 있다. 다수 업체에 소속된 조직이라고 주장을 뒤집어 보면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조직의 이해득실에 따라 얼마든지 이동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조직을 결성한 것만으로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다단계판매의 특성 상 조직이 이동하게 되면 반드시 반품이 발생하게 된다. 반품으로 인한 손실은 기업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고 이러한 소송이 반복되다보면 업계의 이미지에는 치명타가 가해지게 마련이다. 우리 업계와 관련된 뉴스들은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아마도 이들 조직은 다단계판매에서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이러한 방식을 고안했을 것이다. 궁여지책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더라도 판매원과 기업 쌍방 간의 손실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을 묵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들을 떴다방이 모인 조직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다단계판매는 결코 쉬운 사업이 아니다. 이들 조직 역시 무작정 달려들었다가 의외로 녹록치 않은 장벽으로 인해 좌절할 경험에서 편법과 변칙을 고안하기에 이르렀을 것이다. 이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이러한 행위가 800만 다단계판매원들의 발목을 잡고, 다단계판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벽을 한 단 더 높인다는 사실이다. 다단계판매란 허황된 꿈에 사로잡혀 허송세월하는 게 아니라 도래하지 않는 미래의 성공을 믿고 한 걸음 한 걸음 쉬지 않고 나가는 사업이다. 돌이킬 수 있을 때 멈추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