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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수신은 '마약'이다

  • (2016-08-19 00:00)

이 세상의 모든 범죄행위 중에서 유사수신만큼 치명적인 것도 드물다. 특히 유사수신을 통해 한 번이라도 돈맛을 본 사람은 거듭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미련을 떨치지 못한다. 끊임없이 처벌하고 줄기차게 보도되지만 유사수신의 유혹에 넘어가는 사람들은 오히려 더 늘어나는 것도 유사수신이 가진 중독성 때문이다.

이러한 중독성의 핵심은 세상의 그 어떤 상행위보다 빨리 보여주는 돈맛에 있다. 유사수신 범죄를 기획하는 자들은 투자하는 즉시 수당을 돌려주면서 그 수익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믿게 한다.

예를 들어 1000만 원을 투자하고 다음날 10만 원 또는 20만 원을 수당 명목으로 받았다면, 그것도 2개월 동안 꼬박꼬박 받았다면 피해자는 자신의 기억에 스스로 세뇌 당하게 된다. 자신이 투자한 1000만 원을 쪼개서 돌려준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상장하지도 않은 주식이 팔린 것으로 착각하거나 가 본 적도 없는 해외의 광산에서 금 무더기가 쏟아지고 있을 것이라고 믿게 된다. 자신의 살을 뜯어먹으며 시장기를 달래면서 차고 넘치는 창고를 상상하게 된다.

정상인이 보기에는 완벽한 실수이고 실패이지만 당사자는 1000만 원이라는 종잣돈이 소진될 때까지는 난생 처음 겪어보는 성공을 만끽한다. 당연히 범죄를 주도한 자들이 말끝마다 비행기를 태우면서 리더 대접까지 해준다면 웬만큼 냉소적인 사람이라고 해도 2~3개월 후면 세뇌되고 끝내 좀비로 전락한다. 좀비에게 물린 사람이 다시 좀비가 되는 것처럼 유사수신 범죄자에게 물린 사람들은 새로운 범죄자로 거듭나게 된다.

최근 부천 오정경찰서는 현역 서울시의원의 부인이 포함된 유사수신 조직을 적발해 대표이사 등 2명을 구속하고 77명의 판매원을 불구속 입건했다. 좀비에게 물린 좀비까지도 범죄자로 본 것이다. 당사자들은 뒤늦게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가장 마지막에 가입한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상위의 모든 사람들은 가해자이며 공동으로 범죄를 도모한 집단에 불과할 뿐이다.

문제는 이렇게 사건화되고 나서도 시간이 지나면 돈을 벌었던 기억만 남고 수사를 받았던 기억은 감쪽같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다시는 어울리지 않으리라 던 사람들로부터 전화를 받고 극초기라는 미끼를 던지면 끝내 덥석 물고 만다.

사람은 누구나 성공에 대한 기억에 취하기 마련이고 그 기억은 새로운 시도에 대해서도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시간이 갈수록 유사수신 관련 좀비들이 늘어나는 것도 자신이 좀비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한때 성공자였던 것으로 착각하는 데 그 원인이 있다. 목돈을 투자하고 푼돈으로 돌려받는 과정(그것도 원금마저 회수하지 못하는)을 성공이라고 인식하게 되면 똑같은 형태의 사기 행위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갖기보다는 패거리의식으로 뭉치게 된다. 그나마 돈을 만졌던 곳은 유사수신밖에는 없다는 착각이 도지고 재차 좀비가 되면서 영원한 좀비로 남는 단초를 스스로 만든다. 함께 범죄를 저지르면서 갖게 되는 동지의식은 전투를 치르면서 형성되는 전우애에 버금간다.

유사수신 관련 범죄는 마약 범죄와 마찬가지로 정신을 황폐화시킨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일이다. 한 번 마약에 손을 댔던 사람들이 그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것처럼 한 번 유사수신에 빠진 사람도 헤어나기가 쉽지 않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계도가 아니라 치료다. 치명적인 전염병을 예방하는 수준으로 경계하지 않는다면 유사수신 행위에 전염되는 국민들이 그만큼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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