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의심스러운 업체의 상위 사업자들이 럭셔리 자동차로 붐을 일으키면서 수입이 적은 판매원들로 하여금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공공연하게 자동차 수집이 취미라고 밝히면서 중동의 석유재벌을 흉내 내고 있다는 것이다. 스폰서가 이 모양이다 보니 하위의 파트너 역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입을 담보로 고가의 자동차를 구매해 놓고는 전전긍긍하는 일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대한민국에서 자동차는 신분을 나타내는 도구로 인식돼 왔다. 최근 들어 실용성에 눈을 뜨면서 차량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소득자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 업계의 자동차 사랑은 점점 도를 더하는 듯하다. 판매원뿐만 아니라 회사가 직접 나서 자동차를 미끼로 매출 신장을 독려하는가 하면, 소위 ‘드림북’이라는 걸 제작할 때도 자동차는 빼놓을 수 없는 부자의 상징으로 대접받는 형편이다.

전원주택과 외제차만으로도 부자 대접을 받을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외제차 중에서도 ‘럭셔리 카’가 아니면 명함을 내밀기가 어려워졌다. 사실 다단계판매를 통해 부자가 됐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방편으로 자동차만큼 강렬한 도구도 많지 않다. 문제는 수입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가오’를 세우기 위해 고가의 자동차를 구매하면서 파트너들의 비전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웃음거리가 된다는 것이다.

일부 업체의 이런 저급한 퍼포먼스를 보면서 당혹스러운 것은 그러잖아도 후지고 촌스러운 것으로 인식되는 다단계판매 업계가 단체로 도매금으로 넘어가지 않을까하는 점이다. 두고두고 강조해 온 바이지만 다단계판매란 건전한 소비를 바탕으로 부자가 되어가는 사업이다. 돈을 모아서 부자가 되는 일이지 분수를 넘어서는 소비로 말미암아 속으로 골병이 드는 사업이 아니라는 말이다.

부자가 된다는 것은 이리저리 자동차를 끌고 다니면서 으스댄다는 말이 아니라, 경제력을 바탕으로 획득한 시간의 자유를 가족을 위해 그리고 인류를 위해 사용할 줄 알게 된다는 말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실천한다는 말이다.

아름다움에 대해 가장 진지하게 연구했던 철학자들은 덧없는 것은 아름다움이 아니라고 했다. 덧없다는 말은 ‘보람이나 쓸모가 없어 헛되고 허전하다’는 말이다. <피로 사회>로 잘 알려져진 독일 베를린예술대학교의 한병철 교수는 그의 새로운 책 <아름다움의 구원>에서 ‘정의로운 상태는 반드시 대칭적인 관계를 포함한다. 완전한 비대칭은 추(醜)의 감정을 유발한다’며 ‘정의는 공존의 아름다운 상태’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아름다운 부자가 되는 방법은 자명해진다. 소비의 비대칭을 해소하는 것이다. 허영을 자행하는 오른손이 부끄럽지 않게 왼손으로는 균형을 잡아 주는 것이다.

가끔씩 우리는 포르투갈의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의 호화파티와 자동차 쇼핑에 관한 외신을 접하고는 한다. 미혼인 상태에서 아들을 두고 있고 수시로 여자 친구를 갈아치우는 등 비난받아 마땅한 조건들을 두루 갖췄다. 그러나 이 세상의 그 누구도 이러한 이유로 호날두를 비난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오른손의 기행을 왼손의 선행으로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혈을 하기 위해 문신을 하지 않았고, 기행에 관한 뉴스가 뜨기가 무섭게 선행과 기부에 관한 소식이 들려온다.

아름다운 삶이란 도덕적인 삶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균형 잡힌 삶이기도 하다. 우리 다단계판매원들이 아름다운 부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삶의 균형을 잡을 줄 알아야 한다. 만약에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굳이 이미지 개선을 위해 애쓸 필요도 없이 다단계판매에 대한 국민적인 인식도 눈에 띄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고급 자동차를 자랑하는 것도 나쁠 것은 없지만 기왕이면 보다 고급한 삶을 자랑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