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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기업·상장기업이라는 ‘탈’ (2016-08-05 00:00)

미국에 본사를 둔 예보코리아가 일방적으로 문을 닫았다. 이로 인해 임직원과 판매원 모두가 일자리를 잃고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국내의 판매원들이 선호해 마지 않는 미국의 기업이 회원들은 물론이고 지사장까지 배제한 채 폐업을 결정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신뢰로 연결한다는 다단계판매의 근본 취지에도 어긋날뿐더러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폐업을 강행한 미국계 기업의 부도덕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더구나 예보코리아는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선전하고 있던 차여서 폐업 결정을 둘러싸고 업계는 의아해 하고 있다. 예보코리아는 지사 설립 이후 본사에 손을 벌린 적이 없을 정도로 건실하게 운영돼 왔다.

이 업체의 관계자는 한국을 제외한 미국이나 캐나다 멕시코 일본 등지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게 다단계판매를 포기한 직접적인 원인이 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 다단계판매 시장의 역동성과는 달리 미국 등의 국가에서는 적어도 5년 이상 장기적인 투자가 불가피한 실정인데 이를 도외시한 투자 계획이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다단계판매에 대한 이해 없이 덤벼든 것이 결국 예보가 실패하는 원인이 된 셈이다.

현재 우리 업계에는 일부 미국에 본사를 둔 업체들이 영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중에는 오랫동안 세계의 다단계판매업계를 선도해온 기업도 있는 반면, 예보와 마찬가지로 급조된 기업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단계판매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품과 지속적인 영업 활동이 가능한 시스템이 우선돼야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제품과 시스템보다는 상위의 판매원이 얼마나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지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좀 부정적으로 들릴지는 모르지만 특정 판매원이 지나친 고소득을 얻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는 기회가 될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우리가 여타의 아시아 국가로의 진출을 호구 잡는 일로 생각하는 것처럼 다른 국가의 판매원 역시 우리나라의 판매원과 함께 상생하고 함께 성공하기보다는 빨대를 꽂는 것으로 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판매원 조직에 빨대를 꽂는 사례는 비단 예보뿐만이 아니다. 지난 82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서봉규 부장검사)은 보타바이오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탤런트 견모 씨의 남편 이홍헌씨를 구속했다. 견 씨와 이 씨는 우리 업계에도 잘 알려진 인물로 보타바이오라는 상장사를 미끼로 다단계판매원들을 우롱해 왔다. 실적이 미미한 다단계판매업체나 신생 업체를 대상으로 투자를 가장해 증시에 공시를 띄우면서 시세차익을 노려왔다는 것이 이번 검찰 구속으로 드러난 셈이다. 마이너리그 취급에 이골이 난 업계의 종사자들이 상장이라는 말에 혹하는 경향이 있다는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판매원들의 이런 심리와는 달리 회사 측은 실적이 신통치가 못할 때 주식을 미끼로 반등을 도모하고는 한다. 우회 상장한 사례를 제외하면 현재 영업 중인 다단계판매 업체 중에는 정식으로 증시에 상장이 된 사례가 없다. 그뿐만 아니라 주식을 나눠준다든가 주식을 판매하는 업체 중에서도 이렇다 할 실적을 낸 사례는 전무하다. 오히려 건실한 업체들은 주식상장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굳이 증시에 등록해서 주주들로부터 경영 간섭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예보와 보타바이오 사태를 잘 살펴보면 예비판매원들이 어떤 회사를 선택해야 하는지는 자명해진다. 외국계라는 사실밖에 내세울 게 없는 회사, 제품이나 시스템보다는 판매원의 소득을 강조하는 회사, 다단계판매 업체 자체가 아니라 모 기업이나 투자자를 강조하는 회사 등등은 돈이 안 될 때, 주가가 뜻대로 상승하지 않을 때 얼마든지 판매원을 내팽개칠 가능성이 높다.

사람 소중한 줄 아는 회사, 제품이 사업의 근간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바로 성공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외국계 기업과 상장한 회사의 다단계판매 시장에서의 굴욕을 지켜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권영오 기자chmargaux@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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