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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공감하는 방판법 돼야

  • (2016-06-17 00:00)

방문판매법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다단계판매에서의 부담을 주는 행위에 대한 해석을 두고 고민하다가 결국 시장 논리에 따라 관련 조항에 관한한 크게 문제 삼지 않겠다는 식으로 한 발 물러섰다.

이처럼 현행 다단계판매 관련법은 현장의 상황과 동떨어진 면이 적지 않다. 법이라는 것이 조목조목 따지고 들면서 지나치게 정치(精緻)하다보면 탄력이 떨어지면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탄력이 지나쳐 느슨하게 되면 업계의 구성원 모두가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 바람에 논란거리로 전락하게 된다.

법을 제정하기까지는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는 시간이 적지 않았겠지만 급속하게 바뀌는 유통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제품의 유통은 물론이고 다단계판매원을 모집하는 방식도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양상을 띠고 있다.

과거의 다단계판매가 면대면(面對面)으로 이루어지는 인적판매였다면 지금은 자신을 모집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가입하는 사례가 많다. 전통적인 스폰서와 파트너의 관계가 깨지고 그냥 먼저 가입한 사람과 나중에 가입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어느 시대, 어떤 사회이든 법률이 무시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거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때이다. 우리의 다단계판매 관련법은 세계적으로도 엄격한 걸로 정평이 나 있지만 실상과 동떨어져 법조문만 엄격할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곤란해지는 쪽은 법을 집행하는 쪽이다. 수많은 기업과 판매원들은 방문판매법에 자체에 대해서도, 이 법을 바탕으로 우리 업계를 관리감독한다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해서도 신뢰를 거두고 있다.

법 자체가 허술하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이고, 법의 집행이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 그 두 번째 이유이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법 집행이 공평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타사와 동일한 행위를 하고도 자신만 발각되어 처벌을 받을 때 가지기 쉬운 감정이다. 이것은 아마도 우리 업계를 관장하는 관청의 일손 부족이 가장 큰 이유일 수 있다. 인원이 적다보면 드러나는 행위만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 자체가 허술하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아무리 인력이 보충되고, 다 같이 법을 준수하기 위해 애를 쓴다고 하더라도 실생활과 유리된 이상 불법 또는 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다. 흔히 말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관리감독할 인원도 부족한 데다, 불법을 저지르기 쉬운 법이라면 아무리 선량한 사람이라고 해도 한 번쯤은 선을 넘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마련이다.

우리의 방문판매법이 엄격한 것은 모든 종사자들이 일괄적으로 적용받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문제를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엄격한 것과 현실에서 동떨어진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현실에서 동떨어진 채로 엄격하기만 한 것이 악법이다.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했지만, 그보다는 수정할 수 있으면서도 방기하는 무책임이 오히려 악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법을 고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어렵다고 해서 포기하는 사이에 많은 사람들은 준법의 의지마저 포기하게 된다. 세상이 바뀌면 법도 바뀌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보다 현실에 밀접한 법률로 바뀌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 수차례 개정을 거듭했지만 여전히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공청회 등의 여론 수렴을 하면서 기업과 판매원을 소외시켰기 때문이다. 다단계판매의 주체가 판매원이라면 관련법의 대상자도 판매원이어야 한다. 좀 더 거시적인 안목에서 방문판매법을 수정보완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권영오 기자chmargaux@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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