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돋보기

직업병

  • (2016-04-29 00:00)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직업병을 검색하면 어떤 특정 직업에 종사함으로써 근로조건이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질환이라는 답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직업병은 작업자 자신의 조건과 작업환경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병이기 때문에 발생방지를 위해 그 원인을 규명하고 환경의 개선 등에 예방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그 정도로 정기적인 검진과 예방이 필요한 현대인에게 매우 중요한 질병 중 하나입니다.

심각한(?) 수준으로 병원 치료가 필요한 정도는 아니지만 제게도 직업병이 있습니다. 전문지 기자이다 보니 업체명과 취급하는 제품을 어느 정도 꾀고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주말 나들이 또는 여행을 가면서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것에 나도 모르게 눈이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익숙한 상호와 제품명 등이 보였을 때입니다. 전혀 업계와는 무관할 것 같은 시골에서 업계 제품을 만나거나 업체자료를 만나게 되면 묘한 기분이 듭니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업계의 제품이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판매원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었는지를 간접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마치 외국에서 국산 자동차나 제품을 보면 왠지 뿌듯한 기분이 드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 것 같습니다.

지난주 미국에 살고 있던 사촌 여동생이 결혼을 하고 신랑과 함께 친지분들께 인사를 드리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자연스레 일가친척이 한 자리에 모여 저녁식사 후 결혼식 사진과 영상을 봤습니다. 일반적인 가족 대화라면 안 그래도 예쁜데 웨딩드레스 입으니 더 예뻐 보인다’ ‘신랑이 멋있게 생겼네’ ‘아무개도 결혼식에 왔구나등등 새신랑과 신부가 메인이 된 얘기가 주를 이룰 것입니다.

  
그런데 그날 친지분들의 50% 이상이 디자인 또는 사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직업군을 갖고 있었기에 대화 주제가 남달랐습니다. ‘~사진 구도가 좋다’ ‘디스플레이가 잘 되어 있네~’ ‘핀도 잘 맞고 라이트도 적절하다는 등의 얘기였습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직업병이 도졌군~”

또 다른 일화도 있습니다. 편집국의 기자는 기사를 쓰는 일과 함께 매번 마감을 앞두고 두 눈이 벌게지도록 교정을 보는 일을 함께 합니다. 교정보는 것이 습관이 돼서인지 책, 잡지, 신문, 또는 광고 문구를 보다가 오탈자나 문맥의 흐름이 이상한 것들은 귀신같이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데 웃긴것은 자신이 쓴 기사에 오탈자는 발견하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의 실수는 꼬집어내니 뒤돌아 생각해보면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한번은 아들이 학교숙제로 일기를 써서 제게 보여줬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생 입장에서 맞춤법과 문맥을 손봐줬어야 했는데, 고쳐주다 보니 어느새 일기가 기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점점 길어지는 내용과 초등학생이 이해하기 난해한 단어로 인해 얼굴이 점점 어두워져 갔습니다. ‘아차!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과 함께 다시 정리해준 경험이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들이 제가 겪고 있는 직업병입니다. 웃으며 쉽게 넘길 수 있는 수준의 질병(?)이지만 가끔 도가 지나칠 때는 주변에서 ! 또 저런다~!”라는 핀잔을 듣기도 합니다. 아마 많은 직장인들이 각자 처해진 직업 환경에 익숙해져 퇴근 후, 또는 일상생활에서 나도 모르게 업무와 연관된 상황을 연출하고 있을 것입니다.

직업병은 직장 특유의 병 입니다. 독자 여러분이 제 경험을 읽어보고 느끼기에 저는 과연 직업병일까요? 중증 정도는 어떻게 될까요? 회사에 산재 신청을 해야 할까요?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의지해 봅니다. ^^

김선호 기자gys_ted@mknews.co.kr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목록으로

포토뉴스 더보기

해외뉴스 더보기

식약신문

사설/칼럼 더보기

다이렉트셀링

만평 더보기

업계동정 더보기

세모다 스튜디오

세모다 스튜디오 이곳을 클릭하면 더 많은 영상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날씨

booked.net
+27
°
C
+27°
+22°
서울특별시
목요일, 10
7일 예보 보기